대형마트 규제와 관련해 일요일에 집중된 의무휴업일 지정을 평일로 바꿀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그동안 금지돼 온 ‘새벽 온라인 배송’도 허용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유통 환경 변화에 따른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금까지 대척점에 서 있던 대형 업체들과 중소상인들이 ‘상생’을 내걸고 오랜 시간 머리를 맞댄 결과다. 그동안 영업 제한 시간(오전 0~10시)과 의무휴업일에는 온라인 주문·배송을 할 수 없었던 대형 마트가 운신의 폭이 넓어짐에 따라 e커머스 업체 중심으로 전개되던 새벽 배송 시장의 경쟁도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상인연합회와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국무조정실,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는 2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중소유통 상생발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대형마트 등의 영업제한시간 및 의무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이 허용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하고 △ 의무휴업일 지정 등과 관련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 강화 방안을 지속 협의하기로 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은 기초지자체장이 대형마트·준대규모점포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 (0~10시 범위) 및 의무휴업(매월 이틀)을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형마트와 관련한 이 같은 영업 제한은 골목상권 보호 및 상생발전을 목적으로 2012년 도입됐으나 최근 유통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급속히 변화함에 따라 관련 제도의 개선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문제의 유통법은 온라인 배송에 관한 규정은 없지만, 법제처가 ‘대형마트의 물류·배송기지를 활용한 온라인 영업은 점포 영업과 같다’는 취지의 유권 해석을 내려 지금은 매일 새벽, 그리고 대다수 지자체가 의무 휴업일로 지정한 일요일에는 온라인 주문·배송을 할 수 없다. 대형마트들은 코로나 19로 e커머스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동안 낡은 규제 탓에 대형마트는 물론, 전통시장과 골목상권도 모두 침체했다며 개선을 요구해 왔다. 실제로 2013년 34조 원이던 대형마트 업계 매출은 지난해 35조 원을 기록한 반면 e커머스 매출은 같은 기간 39조 원에서 187조 원까지 뛰었다. 코로나 19로 비대면 쇼핑이 활성화하면서 이 같은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대형마트가 부진한 만큼 전통시장이 그 수요를 흡수한 것도 아니다. 2013년 20조 원이던 전통시장 매출은 지난해 26조 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상권 보호’를 내세우며 대형마트에 날을 세우던 소상공인과 전통시장들이 ‘대립’에서 ‘같이 사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대구가 내년부터 광역시 최초로 의무휴업일을 현행 일요일에서 평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된 것도 지역 상인 단체의 결단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상인연합회 대구지회가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규제가 전통시장 매출 증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대형마트와의 상생을 통한 상권 부흥에 나선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이번 협의안을 적극 환영하고 있다. 현재 다수 마트가 매월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 영업을 쉬는데, 주말 매출이 평일 2~3배인 상황에서 주말에 문을 열면 매출 확대에 확실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교보증권은 월 2회 의무휴업 요일을 일요일에서 평일로 변경하면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연 매출이 각각 3900억 원, 1700억 원 확대되는 효과를 누릴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한 마트 관계자는 “소비자 측면에서도 주말에 쇼핑하지 못하는 게 더 불편하고, 협력 업체도 판로·매출 확대 면에서 주말 영업과 새벽 배송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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