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전성기를 누려온 골프장 인수·합병(M&A)이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간 홀당 100억 원을 경신하면서 활발한 거래가 이뤄졌지만 코로나 국면이 잦아들고 해외여행 제한이 풀리자 그동안 오른 몸값은 내려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아직 가격 눈높이를 좁히지 못한 골프장 거래가 장기화 국면에 빠지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강원도에 위치한 27홀 대중제 클럽모우CC는 올해 5월 매도자 측이 가격 눈높이를 올리면서 끝내 거래가 무산됐다. 앞서 매도자 모아건설과 하나금융은 2020년 말 두산(000150)중공업으로부터 1850억 원에 클럽모우CC를 인수한 후 2년 만에 매각을 결정했다. 이번 매각가는 인수 금액에서 700억 원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대체투자 운용사 칼론인베스트먼트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은 급물살을 탔다. 그러나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물밑에서 새로운 원매자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자 매도자 측이 매각 결정을 바꾼 것이다.
당초 칼론인베스트먼트가 제안한 2500억 원(홀당 92억 원)의 인수 가격으로도 매도자 측은 적잖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홀당 가격만을 놓고 비교해도 인수 당시 68억 원에서 24억 원이나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국 홀당 100억 원 수준으로 높아진 매각가에 부담을 느낀 원매자는 인수를 포기했다. 매도자 측 역시 칼론인베스트먼트로의 매각 결정을 철회하면서 거래에 급제동이 걸렸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골프장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홀당 100억 원 수준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비수도권 골프장의 매도자들마저 가격 눈높이를 높이자 원매자들이 높은 가격에 인수를 포기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장 산업이 코로나19 수혜를 톡톡히 입은 지난해 몸값도 덩달아 올랐다.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3월 BGF(027410)그룹으로부터 사우스스프링스CC를 1721억 원에 인수하면서 홀당 최고가(96억 원)를 경신했다. 같은 해 카카오VX와 스톤브릿지자산운용도 한라그룹이 보유해온 세라지오CC(18홀)를 1350억 원에 인수했다. 홀당 85억 원 수준이다.
다만 골프장 몸값이 치솟자 매도자들 역시 높은 가격만을 고수하면서 거래 불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엔데믹 전환 이후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의 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골프장 가격이 한풀 꺾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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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대교(019680)그룹의 이천·구미 마이다스CC가 그 대표 사례다. 이천마이다스(27홀)과 구미마이다스(9홀) 규모의 마이다스CC는 최대 5000억 원을 희망 가격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자 측이 홀당 138억 원 이상의 가격을 제시하면서 골프장과 유휴 부지를 동시에 매각하는 이점에도 원매자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비수도권 골프장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과도하게 높은 몸값이란 분석이다.
올 초 매각에 나선 제주 우리들CC도 1500억 원 이상의 희망 가격을 제시하면서 원매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8홀 대중제 골프장과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해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으나, 원매자들은 홀당 80억 원 이상 몸값에 선뜻 인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충남 태안에 위치한 대중제 골프장 로얄링스CC(17홀)도 재매각에 나섰다. 매도자인 아미코골프는 홀당 100억 원 수준의 1700억 원을 희망 가격으로 제시했다.
경기도 광주의 대중제 골프장 큐로CC(27홀)도 큐캐피탈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 차원에서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 희망 가격만으로 3100억 원을 제시해 거래가 성사될 경우 홀당 114억 원의 최고가를 경신한다.
결국 원매자와의 가격 눈높이 차를 좁히는 것이 매각 성사의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올해 2월 MBK파트너스와 골프존뉴딘홀딩스는 충남 천안에 위치한 19홀 골프장 버드우드CC를 1600억 원(홀당 84억 원)에 인수했다. MBK파트너스는 수도권 대중제 골프장이라는 이점과 적정한 가격이라는 판단에 따라 인수를 결정한 것이다.
한화의 골든베이CC는 매각 장기화 끝에 올해 4월 고려자산개발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았다. 27홀 골프장과 56실 규모의 리조트 등을 포함해 2000억 원 안팎으로 인수 협상이 이뤄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엔데믹 전환으로 과도하게 높아진 골프장 몸값의 거품도 걷힐 전망"이라며 "골프장 가격이 적정선을 되찾아야 거래가 다시 활발해질 것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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