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하도급을 불법파견으로 보는 법원 판결이 잇따르자 경영계가 우려를 표했다. 제조업에 사실상 도급을 금지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기업이 다양한 생산방식을 활용하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동근 경총 부회장은 28일 경총 주최로 열린 ‘최근 사내하도급 판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심포지엄에서 "도급은 생산과 일하는 방식을 전문화하고 분업화하는 것으로 세계 각국에서도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법원이 경쟁국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사내하도급 활용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산업 현장의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이정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된 포스코 사내하도급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 7월 대법원은 사내하청 노동자 15명이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법원은 이들이 포스코의 전산관리시스템 ‘MES’를 이용해 작업한 점을 문제삼았다. 이 교수는 “MES시스템은 도급 업무 완성에 필요한 필수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에 불과해 이를 원청의 지휘·명령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며 “연속흐름공정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이유로 불법파견으로 보는 건 제조업에 사실상 노무도급을 금지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도급과 파견을 둘러싼 분쟁은 행정감독과 지도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며 “우리 사법부도 일본 재판소처럼 행정해석과 노사관행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욱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도급과 파견을 구별하기 위한 판단기준을 제시하며 파견법 개정을 제안했다. 이 변호사는 “개별 근로자의 업무수행 그 자체를 지시하는 기능이 있는지, 도급인이 세부적인 방식을 사후적으로 확인하고 위반 시 불이익을 가하는지, 결과적으로 그 내용에 수급인 소속 개별 근로자가 구속되는지 여부가 면밀히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 의미를 구체화하고 과도한 벌칙규정을 삭제하거나 과태료 등으로 완화하는 개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