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8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한 총리는 100일간 규제 혁신을 시작으로 현장을 강조하며 소통에 방점을 찍은 행보를 보였다.
다만 행정 각 부 장관의 임명제청권을 가진 총리로서 인사 및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뿐 아니라 책임총리제를 표방했지만 내각 주도권을 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협조를 끌어내 윤석열 정부의 입법 과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점은 앞으로 한 총리가 풀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한 총리는 이날 서울 삼청동 총리 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 협의회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맞이하는 첫 정기국회에서 법률안·예산안이 목표한 대로 통과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더 자주 현장을 찾아다니면서 정책 실효성을 끊임없이 점검 보완하고 국민께 상세하게 설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총리로서 100일 동안 아쉬웠던 점을 정확하게 진단한 셈이다.
이 자리에서 당정은 추석 전 주요 물품의 가격을 1년 전 수준으로 관리하고 수해 소상공인에게 최대 4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당정은 추석 물가와 관련해 역대 최대 규모인 23만 톤의 성수품 공급과 650억 원 규모의 할인 쿠폰 지원 등 전방위 조치를 통해 배추·사과·고등어 등 20대 성수품 가격을 1년 전 수준에 근접하도록 관리할 계획이다. 특히 ‘수원 세 모녀 사망’과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행정상 주소지를 떠나 다른 주소지로 옮기더라도 사생활 침해 없이 실제 거주지를 찾아내서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같은 당정의 대응은 두 번째로 총리를 맡은 ‘경력직’ 한 총리의 발 빠른 행보 덕분이라는 평가다. 이달 초 115년 만에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을 당시 한 총리는 폭우 당일인 8일 밤 첫 회의를 시작으로 16일까지 총 여덟 차례 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23일 ‘수원 세 모녀 사망 사건’ 긴급회의 등 현안 대응 회의도 기민했다. 그만큼 ‘일이 되게 한다’는 내부 평가다. 한 총리가 총리 취임 직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규제 혁신’이 대표적이다. “이번이야말로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 한 총리는 민간 건의 내용을 토대로 총 943건의 과제를 발굴해 3개월 새 194건을 개선했다. 15년간 묶여 있던 위성 영상 보안 규제를 두 달 만에 개선한 것도 한 총리가 주도해 가능했다.
다만 한 총리가 책임총리제에 부합하느냐는 데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일부 장관들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을 한 총리가 통제하지 못하는 것도 내각의 ‘군기반장’ 역할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한 총리가 40년 공직 생활로 남다른 정책 능력을 보여준다”며 “무엇보다 언론·국민과 소통해 정책에 대한 이해를 구하겠다는 의지가 큰 만큼 부처뿐 아니라 야당과의 협력·조율도 더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자유를 누리는 개개인의 행복과 번영이 ‘윤석열 재도약 플랜’의 근간”이라며 “국민을 위한 마지막 봉사라는 초심을 잊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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