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의 최대 뇌관으로 여겨져 왔던 일본 전범 기업의 국내 자산 강제 매각·현금화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규정상 19일까지 대법원은 심리 불속행(기각)을 해야지만 외교파장을 고려해 충분한 심리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번 사건의 주심을 맡은 대법원 3부 김재형 대법관이 다음달 5일 퇴임한다는 점에서 8월 말까지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심리 불속행 기각은 하급심판결에 위법 등 특정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원심을 유지하는 대법원 판단이다. 대법원이 심리 불속행을 결정하면 매각 명령이 확정돼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자산에 대한 현금화 절차가 시작돼 한일 관계는 겉잡을 수 없게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는 정부는 ‘외교적 협의’를 고리로 8월 내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대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는 예단할 수 없지만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소통을 위해 노력해 문제가 바람직하게 해결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외교부는 ‘강제동원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한 외교적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는 등 한일 간 파국을 피하기 위한 제동 장치를 가동하기도 했다.
이 같은 외교 노력과 별개로 사법부의 판단은 기각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배적이다. 법리적으로 대법원이 이미 강제동원에 대해 손해배상 판결을 내린 상황에서 이행하지 않을 합리적 이유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논리다.
외통위에서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법리적으로 굳이 더 검토가 필요도 없이 기각이 나올 것”이라며 ‘대의변제’를 대안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대의변제는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 충돌 없이 채권자(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언급하면서 주목 받고 있다. 한국 정부나 기업 등이 피해 배상금을 우선 변제하고 일본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으로 일본 주요 언론 역시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슷한 해석을 내놓고 있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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