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주택자에게 적용하는 종합부동산세 중과세율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반대하지만 야당의 반발을 우려해 중과세율부터 우선 낮추고 추후 없애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 과세 기준도 주택 수가 아닌 보유 주택을 전부 더한 합산 가액으로 바꾼다.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1일 이런 내용 등이 담긴 세법 개편안이 발표된다.
현행 종부세법은 1주택자에게는 0.6~3.0%의 기본세율을, 다주택자에게는 1.2~6.0%의 중과세율을 책정한다. 원래 종부세율은 주택 수에 상관없이 주택 합산 가액에 따라 0.5~2.0%의 세율이 매겨졌는데 2018년 문재인 정부의 9·13 대책에 따라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이 도입됐다. 다주택자의 주택을 시장에 내놓게 해 가격을 안정화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응능부담의 원칙(담세 능력에 따른 세금 부과)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2020년 발표된 7·10 대책에 따라 중과세율이 1.2~6.0%로 상향 조정되며 부작용이 커졌다. 각종 공제가 없다고 가정하면 조정대상지역 내에서 공시가격이 각각 5억 원, 6억 원인 주택 2채를 보유한 사람에게는 중과세율 2.2%가 적용되는데 공시가격이 50억 원인 주택을 소유한 자에게는 그보다 낮은 기본세율 1.6%가 적용되는 것이다.
이런 불합리한 구조가 오히려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를 높여 서울 집값을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전병목 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열린 ‘종부세 과세 체계 개편 방안’ 공청회에서 “주택 수 기준의 조세 체계는 서울, 특히 강남에 대한 부동산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라며 “종부세의 목적인 집값 안정화에 기여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중저가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사람이 초고가 주택을 가진 1주택자보다 세금을 더 내는 불합리한 구조를 바꾸기 위해 과세 기준도 보유 주택 수에서 합산 가액으로 변경된다. 그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 부담의 적정화, 시장 관리를 위한 세제의 과도한 활용을 바로잡는 차원에서 부동산 세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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