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악재에도 분기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던 삼성전자(005930)의 매출이 결국 꺾였다. 우크라이나 사태, 원자재 가격 상승, 메모리 가격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하반기 실적은 더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7일 2분기 매출이 77조 원, 영업이익이 14조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0.94%, 영업이익은 11.38% 늘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7800억 원 가량 감소했다. 3개 분기 연속 계속됐던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이 멈췄다. 앞서 삼성전자 매출은 지난해 3분기 73조 9800억 원, 4분기 76조 5700억 원, 올해 1분기 77조 7800억 원 등으로 분기마다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영업이익은 올 1분기 14조 1200억 원보다 0.85% 감소했다. 이번 실적은 2분기 내내 하향 조정된 증권사 전망치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이 기대에 다소 못 미친 것은 글로벌 수요 위축으로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 판매가 부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나마 주력 사업 분야인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형성되면서 전체 실적도 선방했다.
업계에서는 세계 경기 둔화로 삼성전자가 3분기 이후 호실적을 유지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3분기 D램 가격은 2분기보다 10% 가까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가격도 지난달 11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됐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3분기 D램 평균 가격 하락률이 시장의 기대치보다 큰 7~9% 수준을 기록하고 낸드플래시 가격 역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2분기 어려운 대내외 여건 속에서 비교적 선방한 성적표를 냈지만 문제는 그다음이다. 견조한 반도체(DS) 부문 실적이 모바일·가전의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가렸지만 하반기부터는 메모리반도체의 가격 하락 등 시장 악화가 점쳐지는 상황이다. 수익성 악화로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이 28조 원대에 그치면서 연초 예상됐던 ‘영업이익 60조 원’ 달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각종 악재로 인한 수익성 저하가 하반기에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초 업계에서는 탄탄한 반도체 수요를 바탕으로 삼성전자가 올해 국내 기업 중 역대 처음으로 매출 300조 원, 영업이익 60조 원 동시 달성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대내외 여건 악화로 증권사들이 영업이익 전망치를 잇따라 내리면서 한 달 새 전망치가 50조 원대로 내려앉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주요 도시 봉쇄,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확산, 금리 상승,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한 수요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번 잠정 실적 발표에서 삼성전자는 사업 부문별 실적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영업이익 14조 원 중 반도체가 전체의 70%를 넘는 10조 원 이상을 차지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증권가에서는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이 10조 7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예측했다. 모바일(MX)은 2조 8000억 원, 영상디스플레이(VD)는 4000억 원 수준으로 전 분기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었을 것으로 전망됐다. 반도체가 선방한 가운데 모바일·가전의 부진이 3분기 연속 이어져 온 성장세의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하반기 실적 부진이 염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스마트폰의 실적 개선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반도체마저 시장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 있다. 가전제품도 경기 둔화로 가구의 실질 수요가 줄면서 수요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지금껏 반도체와 함께 삼성전자의 핵심 먹거리였던 스마트폰의 경우 판매량이 줄고 재고가 쌓이면서 위기에 휩싸였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5월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10% 감소한 9600만 대로 최근 10년간 두 번째로 1억 대를 밑돌았다. 삼성전자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6100만 대로 1분기 7300만 대보다 1200만 대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스마트폰 시장 전망은 하반기에도 어둡다. 올해 스마트폰 총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3% 줄어든 13억 570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실정이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제품에서 재고 처리, 고급형에서 애플의 아이폰14와 격전을 벌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그나마 선방한 반도체는 하반기 시장 전망이 염려스럽다. DS 부문의 핵심 분야인 메모리반도체가 시장 예상과 달리 견조한 수요를 유지하면서 실적을 지탱했지만 하반기부터는 결국 경기 둔화 영향권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 가격은 2분기보다 10%가량 하락할 것으로 관측된다. 메모리반도체의 또 다른 주력 제품인 낸드플래시도 최근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다. 메모리카드·USB향 낸드플래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6월 고정 거래 가격은 4.67달러로 5월(4.81달러)보다 3.01% 하락했다. 가전 또한 각 시장조사 업체들이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을 연이어 하향 조정하는 등 수요 위축을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환경은 대처가 어려운 만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사업 경쟁력 강화로 대응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규 폴더블 스마트폰으로 프리미엄 시장 수요 촉발의 기대가 남아 있고 반도체는 시장 악화 우려에도 여전히 수요가 견고하게 받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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