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발의 법률안 수는 매 회기마다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이와 비례해 ‘과잉·졸속 입법’ 또한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제계에서 제기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8일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에게 의뢰한 ‘과잉·졸속입법 사례 분석·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의원 발의 법률안 숫자는 제17대 국회에서 6387건에서 제18대 1만 2220건, 제19대 1만 6729건, 제20대 2만 3047건 등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2020년 5월 시작돼 반환점을 막 돈 제21대 국회에서는 20일 현재 1만 5106건을 기록하고 있다.
의원발의 법률안은 17대 국회 이후 시민단체들이 발의·처리실적을 분석·공개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크게 늘었다. 의정활동 활성화로 인한 발의 법률안 증가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많은 발의가 이뤄지면서 부실·졸속 법률안 또한 함께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법률안 발의가 늘어나면서 가결률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15대 국회 때 40%였던 가결률(원안·수정안 기준)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다가 21대 국회에서는 10%까지 줄어들었다. 대안 통과를 포함해 따져 봐도 이번 국회의 가결률은 29% 수준이다.
보고서는 과잉·졸속·부실 입법의 대표적인 사례로 △면세점 특허기간 단축 △윤창호법 △게임셧다운제 등을 꼽았다. 면세점 특허기간을 5년으로 단축한 관세법 개정 후 재심사 탈락 면세점의 민원 제기와 직원 해고로 인한 혼란 등이 부작용으로 나타났다. 음주운전에 대한 법정형을 강화하는 일명 ‘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의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졌다. 게임셧다운제는 성장 잠재력이 큰 국내 게임 산업을 위축시킨 대표적인 규제로 꼽혀 지난해 11월 폐지됐다.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법안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제도적 보완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홍 교수는 입법영향분석제도 도입 필요성을 제기했다. 홍 교수는 “어떠한 법률안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집행가능성이나 현실적합성은 따져보았는지, 어떠한 재정적 효과를 초래할지, 수범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이나 규제를 내용으로 하는 것은 아닌지 등을 법률 시행 전에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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