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전격 제안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정 대표의 제안에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라는 목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당내 의견 수렴 절차에 나서겠다고 호응하면서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양상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정 대표의 전격적인 합당 제안에 대해 “당대표 연임을 노린 포석”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크다. 자칫 내분 양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조국혁신당에 제안한다. 우리와 합치자”며 “이번 6·3 지방선거를 같이 치렀으면 좋겠다”고 통합을 제안했다. 그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추구하는 시대정신이 다르지 않다”며 “두 당 합당을 위해 조속히 실무 테이블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전북 전주에서 현장 최고위원회를 연 조 대표는 “국민의 마음과 뜻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논의하고 결정하겠다”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국민께 보고를 올리겠다”고 즉각 화답했다. 그러면서 합당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 조속 소집을 지시했다.
정 대표와 조 대표는 전날 늦은 오후 모처에서 만나 합당과 관련한 의견을 주고받고 이날 발표를 사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그동안 두 대표가 합당 문제에 대해 여러 차례 교감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6·3 지방선거를 앞둔 두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관측이다.
지방선거 승리가 핵심 과제인 정 대표로서는 합당이 핵심 지지층 분산을 막고 세력 규합을 이룰 카드가 될 수 있다. 최근 당 지지율 정체 등으로 출구 전략이 필요해진 조 대표로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선거를 앞두고 뚜렷하게 민주당과 차별화 전략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언젠가 하게 될 합당이라면 선거를 앞둔 시점이 지분을 최대로 확보할 적기일 수 있어서다.
하지만 비밀리에 속전속결로 이뤄진 합당 제안에 대해 민주당 내부는 벌집을 쑤셔 놓은 듯한 분위기다. ‘합당 제안’ 내용 자체도 긴급 기자회견을 약 20분 앞둔 시점에야 다른 지도부에 공유됐을 만큼 일방적 통보였던 탓에 의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친명(친이재명)계인 강득구 최고위원은 “깊은 자괴감과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며 “독단적 결정 사안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친명계를 비롯한 당 주류에서는 정 대표가 연임을 위해 합당을 이용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친문(친문재인)계가 다수인 조국혁신당을 포섭해 정 대표가 차기 당대표 선거의 우군을 확보하려 한다는 것이다.
친명·친청(친정청래) 간 계파 갈등 확전 조짐도 엿보인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당의 미래보다 당대표 개인의 연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했다. 당 지도부의 한 인사는 “친문계 결집으로 친명계를 압박하려는 시도 아니겠냐”며 “사안을 제기한 방식 때문에 합당 자체보다 당내 주도권 다툼으로 비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지자 모임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정 대표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이날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에 대한 토론을 위해 열린 당 정책 의원총회에서도 다수 의원이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을 요구하면서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이 대통령 팬카페에서는 정 대표에 대한 비난글이 쏟아졌고 정 대표에게 우호적인 딴지일보에서조차 찬성과 반대 글과 댓글들이 엇갈리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청와대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은 “당대표로부터 관련 연락을 받았다”며 “양당 통합은 이 대통령의 평소 지론이다. 양당 간 논의가 잘 진행되기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이 대통령과 이 사안에 대해 직접 소통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이 대통령 스타일상 정 대표가 보고했어도 ‘잘해보시라’고 답하는 정도에 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당내 설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박 수석대변인은 “전 당원 토론과 투표, 전당대회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조만간 합당 문제를 논의할 의원총회를 열어 원내 의견 수렴을 거칠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와 가까운 당 지도부 인사는 “당원들로부터 ‘왜 합당을 해야 하냐’는 항의 문자가 많이 오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시간이 지나면 반대로 ‘합당이 필요하다’는 지지 문자가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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