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다문화가족 자녀 가운데 청소년기에 들어선 자녀의 비율이 갈수록 높아져 40%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한국에서 성장했지만, 취학률이나 가족 관계에 대한 만족도 등은 상대적으로 낮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성가족부는 27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1년 전국 다문화가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가부가 전국 1만 5000여 다문화 가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다문화가족 자녀 중 청소년기(만 9∼24세)에 들어선 자녀의 비율은 43.9%였다. 직전 조사인 2018년(35.6%)보다 8.3%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국내에서 성장한 비율 역시 2018년(83.8%)보다 7.1%포인트 높아진 90.9%로 나타났다.
여가부 관계자는 "15년 넘게 한국에서 사는 결혼이민자·귀화자 비율이 역대 최대치인 39.9%를 기록하는 등 국내 거주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학령기에 접어든 다문화 자녀의 비중도 꾸준히 높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국을 모국으로 여기며 성장하는 다문화 자녀가 증가하고 있지만 진학률은 낮았다. 다문화가족 자녀가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에 취학하는 비율은 40.5%로, 전체 국민(71.5%)에 비해 확연히 낮았다.
이들의 초등학교(95.3%), 중학교(95.7%), 고등학교(94.5%) 진학률도 전체 국민보다 2∼3%포인트 가량 낮았다. 만 15세 이상 다문화가정 자녀 가운데 비(非)재학·비취업 비율은 2018년(10.3%)보다 3.7%포인트 높아진 14.0%를 기록했다.
가족 관계에 대한 만족도도 이전보다 떨어졌다. '하루에 아버지와 전혀 대화하지 않는다'고 답한 다문화 자녀의 비율은 2015년 7.0%에서 2018년 8.6%, 2021년 10.5%로 갈수록 높아졌다. '하루에 어머니와 전혀 대화하지 않는다'고 답한 다문화 자녀의 비율도 같은 기간 3.4%→10.5%→11.9%로 늘었다. 어머니와의 관계 만족도는 2015년 3.82점에서 2021년 3.75점으로 낮아졌다. 아버지와의 관계 만족도도 3.59점에서 3.50점으로 하락했다.
13세 이상 다문화 청소년이 주로 고민을 상담하는 상대는 친구·선후배(40.2%)가 부모님(32.2%)을 앞섰다. 이는 부모님(38.3%)이 친구·선후배(33.2%)를 앞섰던 2018년과는 다른 양상이다. 다문화가족으로서 자긍심은 2018년 3.48점에서 2021년 3.38점으로 소폭 낮아졌다. 자아 존중감도 3.87점에서 3.61점으로 하락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우리말이 능숙하지 않고 한국 사회·문화 경험이 부족한 다문화 부모와 국내에서 성장한 자녀 간에 원활하게 소통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나온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기에 자녀가 성장하면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부모와의 대화 감소' 현상이 청소년기 자녀가 증가한 다문화 가족에서도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다문화가족 자녀가 차별받지 않고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정과제로 '다문화가족 자녀 맞춤형 지원체계 강화'를 추진 중"이라며 "이번 조사 결과를 '제4차 다문화 가족정책 기본계획(2023∼2028)'에 충실히 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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