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발표한 경찰 통제 권고안에 대한 일선 경찰들의 거센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전국 시·도 경찰직장협의회장단은 23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는 일련의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행안부 내 경찰 관련 지원조직을 신설하라는 권고안은 민주화 이후 사라진 '경찰국'의 부활이라고 비판하며 "경찰청을 지휘·감독하는 '옥상옥'이 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고, 경찰을 외압의 도구로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행령을 통해 경찰 통제를 시도하려는 것은 경찰법 등 법률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해 법치주의 원칙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찰권이 비대해진 것이 사실이라면 정치적 권력이 통제할 것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며 "외부 민간인 단체로 구성된 국가경찰위원회와 경찰의 의견, 국민과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박송희 전남 자치경찰정책과장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총경급 경찰이 행안부 권고안에 반대해 1인 시위를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과장은 "한 달 만에 4차례 회의를 거쳐 나온 권고안에 얼마나 깊이 있는 고민을 담았을지 의문"이라며 "자문위 구성도 친(親) 검사이거나 특정 세력의 이익을 대변하는 등 편파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권고안에는 경찰에 대한 인사권과 징계권도 행사하겠다고 돼 있다"며 "이 경우 특정한 지시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징계를 요구할 수 있어 특정 권력이 14만 경찰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경찰이 통제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민주적이고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앞으로 100년 이상까지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경찰 내부망 '현장활력소'에는 경찰 지휘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며 경찰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서명 요청글도 게시됐다.
시민사회단체도 "경찰개혁 방안을 전면 재논의해야 한다"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전국 18개 단체가 결성한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는 성명을 내고 "자문위의 권고안은 자치분권이라는 시대정신을 거스른 정치권력과 중앙정부의 경찰 장악 시도"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지난해 7월 자치경찰제가 시행되는 등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경찰조직의 분권화가 이뤄지고 있었는데, 정부가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 권한이 비대해졌다는 이유로 경찰을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경찰 권한을 분산할 의지가 있다면 자치경찰제와 국가·자치 경찰위원회의 실질화부터 논의해야 한다"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독립 수사청으로 개편해 사법경찰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행정경찰 기능은 자치경찰에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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