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년간 지속적으로 늘어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고령화에 따라 향후 5년 내 정점을 찍은 뒤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국책연구원의 전망이 나왔다. 가계부채 비율 상승에는 기대수명 상승과 인구구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상환 능력’에 기반한 대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인구구조 변화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KDI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향후 5년 내외로 현 수준 근방에서 정점을 형성한 후 점차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올해 1분기 기준 90.3%로 스위스·호주·캐나다·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5위 수준이다.
보고서는 가계부채 비율 상승이 인구구조의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기대수명이 늘면서 노후를 대비하려는 중고령층은 금융자산을 선호하는 반면 주택 마련이 시급한 청년층은 주택 자산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 과정에서 고령층이 자금을 공급하고 청년층이 이를 차입해 주택을 취득하면서 가계부채가 발생한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실제로 2003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20년간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 폭인 33.8%포인트 가운데 28.6%포인트가 기대수명 증가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4.0%포인트는 연령대별 인구구성 변화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향후 고령화 현상이 심화하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수년 내 정점을 찍고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대수명이 증가하는 데 한계가 있고 청년층이 감소하면서 주택 취득 수요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향후 2070년에는 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로 가계부채 비율이 현재보다 27.6%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추이는 인구구조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가계부채 관리 정책은 임의의 총량 목표를 설정하는 것보다 차주의 상환 능력과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직장에서의 재직 기간이 정체돼 있는 점이 가계부채 확대를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직무·성과 중심의 유연한 임금 체계 도입 등이 가계부채 증가세 완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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