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부동산 신탁사 14곳에 대해서도 내부 통제 실태 조사를 지시했다. 우리은행 횡령 사건 이후 증권사에 내부 조사를 지시한 후 추가된 조치로 풀이된다.
18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14곳 부동산 신탁사에 ‘신탁재산의 실재성 및 내부 통제 점검’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부동산 신탁사는 자체적으로 신탁 재산이 신탁고에 실재하는지 여부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정상 작동하는지를 점검하고 이 결과를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금감원은 다음 주 말까지 결과를 받아 볼 계획이다.
다만 부동산 신탁사에 금감원이 현장 조사 인력을 직접 투입하지는 않는다. 부동산 신탁사에 내부 통제 관점에서 자체적인 점검을 하라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우리은행 횡령 사건을 계기로, 부동산 신탁사에도 건전성 차원에서 내부 점검을 하라는 취지로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기관에서 대규모 횡령 사고가 발생하자 부동산 신탁사에도 자산 실재성과 내부 통제 현황을 들여다보라고 주문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검사 보폭을 넓히면서 우리은행 횡령 사고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며 “여타 금융권에서 추가 횡령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금융권과 경찰 등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달 27일 내부 감사를 통해 직원의 거액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직원은 10년 넘게 우리은행에 재직하고 있으며 구조 개선이 필요한 기업을 관리하는 기업개선부에서 일하면서 2012년부터 2018년까지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614억 원을 인출해간 사실이 파악됐다. 해당 직원은 2012년과 2015년 부동산 신탁회사에 맡기겠다며 돈을 인출해 빼돌렸다. 2018년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 회사에 돈을 보내는 것처럼 문서를 위조한 뒤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추가 50억 원 정황이 파악되며 총 횡령 금액은 660억 원까지 불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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