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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지사 찾아가자 일만이천봉[정상훈의 지방방송]

<5>강원지사…국힘, 김진태-황상무 갈팡질팡

이광재 설득시키느라 시간 흘려보낸 민주당

100% ‘당선 적중’ 정선 민심도 관전 포인트


학창시절에 ‘지방방송 꺼라’는 말 좀 들은 편입니다. 수업시간에 많이 떠들었단 뜻이겠죠. 그때 다 하지 못한 지방방송을 다시 켜려고 합니다. 우리 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6·1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 얘기를 얇고 넓게 훑어보겠습니다. 지방방송의 볼륨을 조금만 키워보겠다는 생각입니다.

황상무 전 KBS 앵커. 연합뉴스




여기 두 정당이 있습니다. 일찌감치 후보 단수공천을 마쳤지만, 컷오프 당한 예비후보의 강한 반발에 슬그머니 단수공천 결정을 접고 경선을 치르기로 한 정당. 여론조사에서 앞서는 인물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그 후보가 출마를 주저하면서 애만 태웠던 정당. 바로 강원지사 선거를 둘러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얘기입니다.

먼저 국민의힘입니다.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이지만 지방선거에서만큼은 국민의힘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습니다. 앞서 치러진 네 번(재보궐 포함)의 지선에서도 모두 고배를 마셔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만은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한 달여 전 치러진 제20대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54.18%의 득표율을 얻은데다가, 김진태·황상무라는 걸출한 예비후보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김진태 전 의원은 춘천에서만 두 번의 국회의원을 지냈고, 황상무 전 앵커는 KBS 메인뉴스 앵커 출신으로 전국구 인지도를 갖춘 인물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두 후보 모두 너무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누구를 후보로 내세워도 다른 한 편에서는 강한 반발이 예상됐기 때문입니다. 우선 김 전 의원은 강원도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강성 친박 이미지 때문에 표의 확장성 측면에선 한계가 있었습니다. 황 전 앵커는 대선 기간 동안 윤석열 당선인의 언론전략기획단장을 역임하며 ‘윤석열의 남자’로 거듭났습니다. 다만 지역 내 기반이 약하다는 건 단점이었죠.

국민의힘의 첫 번째 선택은 황 전 앵커였습니다. 지난 14일 황 전 앵커를 강원지사 후보로 단수공천 했습니다. 김 전 의원은 바로 반발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에서 1위를 놓치지 않았던 본인에게 경선 기회조차 주지 않고 컷오프시킨 것은 부당하다며 재심을 요청했습니다.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특단의 조치까지 예고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습니다. 국민의힘이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국민의힘은 우선 한 발 물러섰습니다. 김 전 의원에게 과거 발언들에 대한 진솔한 사과를 할 경우 경선을 검토하겠다고 제안한 것입니다. 김 전 의원도 받아들였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과거 발언과, 2015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보호 요청을 수용한 대한불교조계종에게 ‘공권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국민의힘도 김 전 의원의 사과를 받아들여 다시 강원지사 후보 경선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김진태 국민의힘 전 의원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 농성장에서 5·18과 불교 관련 문제 발언에 대해 사과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입니다. 민주당의 상황은 국민의힘과는 달랐습니다. 강력한 후보 한 명이 있었지만, 문제는 그 후보가 쉽게 출마 결심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노무현의 남자’로 불리며 강원도에서만 3선 의원을 지내고, 강원지사까지도 역임한 적 있는 이광재 의원입니다.

이 의원이 강원지사 출마를 주저한 ‘대외적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지역구인 원주시민들과 약속한 국회의원의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한다는 점, 둘째는 국제정세가 엄중한 지금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으로서 가지는 책임감 때문입니다. 여기에 ‘대내적’으로는 차기 원내대표직을 노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러자 주위에서 이 의원 설득에 나섰습니다. 이 의원과 오랜 기간 정치 생활을 함께 한 우상호 의원은 이 의원에게 출마 결단을 내려줄 것을 부탁했습니다. 당 비대위에서도 이 의원에게 강원지사 출마를 종용했습니다. 지역에서도 출마 요청이 이어지자 이 의원은 민주당에게 ‘강원특별자치도 법안 조속 통과’ 등 5가지 현안을 처리해줄 것을 제안하며 출마 결심을 내렸습니다.

이제 남은 변수는 국민의힘이 강원지사 후보로 누구를 선택하느냐 입니다. 국민의힘은 23일 김 전 의원과 황 전 앵커 중에서 강원지사 후보를 최종 확정합니다. 누가 되든 후폭풍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 전 의원으로 결정되면 당이 결과를 호떡 뒤집듯 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황 전 앵커로 결론이 나더라도 김 전 의원 측의 강한 반발이 예상됩니다.

이 와중에 주목해볼만한 여론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김진태-이광재 양자대결은 김진태 46.6%, 이광재 37.3%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황상무-이광재 양자대결에서는 이광재 39.1%, 황상무 38.0%의 결과가 집계됐습니다.(오마이뉴스 의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4%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또 하나 변수는 윤석열 당선인입니다. 최근 지역순회를 이어가고 있는 윤 당선인을 향한 곱지 않은 시선 중 하나가 지방선거 개입 논란입니다. 지금까지 대구·경북과 호남, 부산·경남을 다녀갔습니다. 만일 지금 같은 판세에서 윤 당선인이 강원도를 찾는다면 다시 한 번 논란에 휩싸이겠지만, 선거 판도는 뒤흔들 수 있습니다.

강원지사 얘기를 마치기 전 막간을 이용해 관전 포인트 하나 알려드립니다. 1995년 민선 부활 이후 재보궐을 포함한 8번의 선거에서 100% 강원지사 당선을 적중한 지역이 있습니다. ‘아리랑’의 고장 정선입니다. 영서와 영동의 경계에 있는 만큼 ‘스윙보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과연 이번에는 정선 민심이 누구를 선택할지 지켜볼만합니다.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1일 강원지사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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