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가계가 주식 투자를 위해 굴린 돈이 110조 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년 만에 또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주식 투자 열풍으로 가계가 보유한 금융 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가계가 금융기관에 빌린 차입금도 190조 원에 육박했다. 가계 주식 투자의 상당 부분이 대출을 통한 ‘빚투’로 이뤄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1년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가계(개인 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지난해 순자금 운용액은 전년보다 48조 7000억 원 감소한 141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순자금 운용액은 경제 주체의 자금 운용액에서 자금 조달액을 뺀 값으로 일종의 여유 자금이다. 지난해 가계의 순자금 운용액이 줄어든 것은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소비가 되살아나면서 그만큼 여윳돈도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민간 소비 지출은 952조 5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5조 원 넘게 늘어났다.
지난해 가계의 자금 조달 규모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는 192조 1000억 원의 자금을 끌어왔고 이 중 금융기관 차입이 189조 6000억 원에 달했다. 방중권 한은 경제통계국 자금순환팀장은 “가계 자금 조달이 늘어난 것은 주택과 관련된 대출 수요가 이어진 데다 소비 회복으로 판매 신용(결제 전 카드사용액 등)도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계의 자금 운용은 주식 투자에 집중됐다. 투자 펀드를 제외하고 가계는 지난해 국내외 주식에만 역대 최대인 110조 5000억 원의 자금을 운용했다. 이 중 국내 주식은 87조 6000억 원, 해외 주식은 22조 9000억 원에 달했다. 주식 투자가 늘면서 가계의 금융 자산 내 주식 비중도 2020년 말 19.4%에서 지난해 말 20.8%로 늘면서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2020년 말 기준으로 비교하면 우리나라 가계의 주식 비중(19.4%)은 미국(36.9%)과 프랑스(22.2%)보다는 낮지만 영국(10.4%)과 일본(10.9%)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기준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주식 투자 열기도 식었다. 상반기 80조 9000억 원에 달했던 가계의 국내외 주식 취득액은 하반기에는 29조 6000억 원에 그쳤다. 반면 장기 저축성 예금은 상반기 10조 6000억 원 감소에서 하반기 16조 1000억 원 증가로 돌아서면서 안전 자산 선호 심리가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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