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0년을 맞는 가운데 그동안 양국 간 교역 규모가 7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FTA 체결로 반도체·배터리·의약품 등의 분야에서 양국 간 무역·투자가 확대되며 공급망 협력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지난 10년간 한국과 미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배경에도 한미 FTA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한국무역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 간 상품 무역 규모는 한미 FTA 발효 전인 지난 2011년 1008억 달러에서 2021년 1691억 달러로 67.8% 늘어났다. 미국이 한국 상품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FTA 발효 전인 2011년 9.3%에서 2021년 13.4%까지 상승하며 한국의 2대 무역 상대국으로 부상했다. 같은 기간 대미 수출액은 562억 달러에서 959억 달러로 연평균 5.5%, 대미 수입액은 446억 달러에서 732억 달러로 연평균 5.1%씩 증가했다.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FTA 발효 전 연간 116억 달러에서 2021년 227억 달러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한미 FTA는 미국 기업의 국내 투자 유치 효과도 이끌어냈다. 미국의 대(對)한국 투자액은 2002~2011년 총 243억 2000만 달러였는데 2012년부터 2021년까지는 479억 3000만 달러로 약 2배 증가했다. 한국의 대미 투자 역시 2002~2011년 439억 달러에서 2012년부터 2021년 3분기까지 1337억 2000만 달러로 약 3배 늘었다.
한미 FTA는 양국의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도 기여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날 발간한 ‘오늘의 세계경제-한미 FTA 발효 10년 성과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한미 FTA는 지난 10년간 한국과 미국이 OECD 국가 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대외연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한국과 미국은 각각 2.4%와 1.7%의 연평균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인구 1000만명 이상의 OECD 국가 가운데 각각 3위와 6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외연은 “한미 FTA 이후 양국 간 무역 및 투자 관계가 전반적으로 크게 확대됐다”며 “특히 고부가가치 분야를 중심으로 심화·발전되면서 양국 경제의 효율성과 생산성 제고에 기여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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