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수입 가격은 급격히 오르는데 수출 가격은 그에 미치지 못하면서 교역 조건이 9개월째 나빠지고 있다. 교역 조건이 나빠지면 경상수지 흑자가 점차 줄어들고 기업 수출 채산성도 타격을 받는다. 기업들은 물류비 등 각종 비용 부담에 수요 둔화마저 나타나면서 체감 경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다.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12월 무역지수 및 교역 조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입금액지수는 170.64로 전년 동월 대비 37.6% 상승하면서 13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수출금액지수는 146.64로 전년 동월 대비 22% 상승으로 14개월째 올랐다.
하지만 국제 유가 상승 영향으로 수입 가격(29.9%)이 수출 가격(16.4%)보다 더 크게 오르면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7.72로 전년 동월 대비 10.4% 하락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 비율을 보여주는데 지난 2011년 10월(-10.94%)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교역 조건 악화로 경상수지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재·자본재·원자재 등에 대한 수입 여력도 줄어들 수 있다. 최진만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오르며 수입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라며 “2020년과 비교하면서 기저 효과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물류비를 포함한 각종 원가 상승에 수요마저 둔화하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체감 경기도 악화되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에 따르면 이달 모든 산업의 업황 실적 BSI는 전월보다 1포인트 하락한 86을 기록했다. 특히 제조업 BSI는 90으로 전월 대비 5포인트나 하락했고 원자재 가격 상승을 가장 큰 경영 애로 사항으로 꼽는 등 유가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한은은 “설 명절 등 계절적 요인 등에 힘입어 비제조업은 개선됐으나 전자 제품 펜트업 수요 둔화, 물류비 상승 등 영향으로 제조업이 둔화되면서 전산업 업황 BSI가 1포인트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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