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머니. 명지병원 재택치료지원센터입니다. 현재 아이 체온이 어떻게 되나요?"
13일 오후 4시 고양시 화정역 인근에 위치한 우리프라자 3층 명지병원 재택치료지원센터. 오후 근무조 간호사 7명이 칸막이로 분리된 개인 좌석에 앉아 연신 수화기를 든다. 이날 오전 근무조는 이틀 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 격리 중인 김(10)군이 10시경 37.3도의 미열 증상을 보였다는 기록을 남겨뒀다. 보호자로부터 “해열제 복용 후 37도 아래로 떨어졌다”는 답변을 듣자 안도감이 찾아온다. 재택환자가 미성년자거나 고령인 경우 통상 보호자와 추가 면담을 진행하다 보니 통화가 길어진다. 산소포화도, 호흡 양상 등에 관한 질문이 몇차례 더 오간 뒤 면담이 종료됐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명지병원 코로나19 재택치료센터는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 20명의 전담 간호사가 3교대로 근무하며 하루 500명 가량의 재택환자를 상시 관리하고 있다. 명지병원이 자체 개발한 모바일 앱과 보건복지부의 생활치료센터 비대면 진료시스템을 활용해 △재택치료자 대상 선정 사전검토 △1일 2회 정기적인 건강 모니터링 △정신건강평가 실시(1, 5일차) △정신건강 고위험군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 중이다.
같은 건물 5층에는 지난 2020년 개소한 MJ버추얼케어센터가 위치한다. 고열이 지속되거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환자는 곧장 5층에 상주하는 전문의 2명에게 의뢰된다. 센터 지휘를 맡고 있는 서용성 명지병원 심장내과 교수도 외래진료를 마치면 으레 센터로 발걸음을 옮긴다. 화상진료와 약 처방 등 상시 업무가 이뤄질 때는 상주인력만으로 충분하지만 환자 증상이 급격히 나빠졌을 땐 신속한 판단과 이송 조치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날도 서 교수는 기자와 잠시 대화를 나누는 사이 "재택치료센터에서 걸려온 응급콜일지 모른다"며 연달아 전화를 받았다.
작년 10월 고양시의 코로나19 확진자 재택치료를 시작한 명지병원은 11월부터 MJ버추얼케어센터와 별개로 코로나19 재택치료지원센터를 열었다. 서 교수는 “재외국민 대상의 MJ버추얼케어센터와 경기도 제4호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하다 보니 신속대응과 전원체계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느꼈다”며 “일상회복 이후 확진자가 늘어날 상황에 대비해 2,000명대 환자까지 관리 가능한 독립 공간을 갖추고 전담 의료진과 시스템을 확충했다”고 소개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개소한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아 경기도 내 다른 시군 보건소로부터 재택환자 위탁관리 의뢰가 쏟아진 것이다. 센터는 작년 말부터 구리시, 광명시 환자를 의탁받아 관리하며 간호인력을 계속해서 충원하고 있다.
명지병원이 차별화된 재택치료를 구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김진구 명지병원장은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디지털 전환에 대비해 온 덕분”이라며 “당장은 손해를 보더라도 국가 위기를 극복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판단 아래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고 답했다.
의료진들에 따르면 실제 비대면 진료를 운영해보니 돌발상황이 많았다. 기저질환자나 고령 환자는 당장 증상이 없다가도 증세가 급격히 악화되기 일쑤였고 산소포화도가 낮아졌을 때 호흡곤란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도 많았다. 전화, 화상연결만으로 판단이 어려울 때마다 ‘폐 영상 한번만 확인하면 중환자실로 가지 않아도 될텐데’ 하는 아쉬움이 몰려왔다는 게 의료진들의 전언이다.
명지병원은 이런 현장 의료진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해 올해부터 ‘찾아가는 이동진료소’ 시범사업에 돌입했다. 간호사, 방사선사 등 의료진이 엑스레이 장비와 활력징후 모니터·산소치료기·침대 등의 의료장비를 탑재한 이동진료 차량을 타고 재택치료 중 신속한 진단, 처치가 필요한 환자들을 찾아가는 방문진료다. 현장에선 흉부 엑스레이 촬영과 혈압·맥박·호흡·산소포화도 측정·심전도 모니터링·저유량 산소 투여 등의 처치와 혈액, 검체 채취가 이뤄지고 담당 의사는 센터에서 현장 보고를 받아 약 처방과 입원 여부를 신속하게 처리한다. 6일부턴 병원 내 공원에 코로나19 재택치료 외래진료센터도 열었다. 고령자, 기저 질환자 등 고위험 재택환자를 위한 대면진료 공간이다.
김 병원장은 “우리나라는 그동안 법적 문제로 원격진료를 실행해 볼 날이 없었지 않나. 준비없이 감염병과 부딪히면서 부족한 점을 많이 깨닫는다”며 “환자를 구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자산도 쌓일 것이란 일념으로 의료진 모두 힘을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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