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소액단기전문보험업, 이른바 ‘미니보험사’의 문턱을 대폭 낮췄으나 7개월여가 지나도록 신청한 기업이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오는 2023년부터 바뀌는 새 회계기준에 따른 부담이 큰 데다 기존 보험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 탓이다. 현 상황으로는 국내 미니보험 시장이 활성화하기 어려운 만큼 추가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금융 당국 및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후 현재까지 금융감독원에 소액단기전문보험사 설립 예비 허가를 신청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소액단기보험이란 저렴한 보험료로 실생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단기 보장하는 미니보험이다. 자본이 많이 필요한 자동차나 장기 보장 상품인 연금, 간병 보험을 제외하고 다양한 종목에서 보험 상품으로 취급될 수 있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 6월 미니보험사 설립 자본금 요건을 기존 300억 원에서 20억 원으로 대폭 완화했다. 진입 장벽을 낮춤으로써 금융 산업의 경쟁 발전을 촉진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같은 취지가 무색하게 정작 규제 완화의 혜택은 한 곳도 보지 못한 것이다.
신청 저조의 이유에 대해 업계는 미니보험만으로는 수익을 내기 어려운 데도 규제는 기존 보험과 유사하게 적용받는 점을 꼽는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미니보험사 역시 기존 보험사와 동일하게 준법감시인, 선임계리사, 손해사정사, 전산 전문 인력 등 보험업 수행에 필요한 인적 요건 등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2023년 도입 예정인 새국제회계기준(IFRS17),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맞춰 회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기존 보험사와 동일하게 새로 바뀐 회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 데 그 비용이 상당해 자본금 완화 효과가 없다는 주장이다.
기존 보험사들도 소액단기보험을 마케팅 목적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의 장기보험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미니보험을 판매하고 있지만 당장 사은품 시가에서 기존 보험과 똑같이 적용받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상 최초 일 년간 납입되는 보험료의 100분의 10과 3만 원 중 적은 금액을 초과하지 않는 금품만 제공할 수 있다. 보험 업계는 소액단기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저렴한 만큼 해당 조항에서 예외해 줄 것을 금융 당국에 건의했으나 금융 당국은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일본과 달리 한국에서는 미니보험만으로 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반면 규제 준수에 대한 부담은 크다”며 “기존 보험사들도 마케팅 차원에서만 취급하고 있는데 다른 업권은 진입하기 더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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