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개척자(Future Builder)로 거듭나는 데 필요한 동력은 기술 혁신이고 우리가 잘 알고 잘하는 자율운항과 친환경 연료 추진선, 로봇 및 자동화 부문부터 시작할 것입니다.”
5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2’에 첫 전시를 연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대표는 프레스 콘퍼런스를 통해 혁신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창립한 게 지난 1972년이니까 창사 50주년이 됐다”며 “지난 50년 동안 세계 최고 조선소가 된 만큼 남은 50년은 미래의 개척자로서 100년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는 정 대표가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밝히고 주효경 아비커스 엔지니어, 김성준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장, 마이클 류 클루인사이트 전략총괄이사가 나와 구체적인 혁신 기술 비전과 목표를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혁신 기술은 크게 세 가지로 △아비커스의 자율운항 기술 △액화수소 운반 및 추진 시스템 기술 △지능형 로보틱스 및 솔루션 기술 등이 있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은 미래 조선·해양과 에너지, 기계 3대 핵심 사업을 이끌어간다는 구상이다.
시작은 주 엔지니어가 끊었다. 해상 사고의 80% 이상이 운항 중 발생하는 인재(人災)에 속하며 자율운항 기술은 해상 사고 발생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사실부터 전했다. 보다 안전한 인류 환경을 위해 필수적인 기술이라는 것이다. 해양자원 개발과 해상 물류 측면에서도 효율성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구체적인 목표도 밝혔다. 주 엔지니어는 “올해 1분기까지 세계 최초로 자율운항으로 대형 선박의 대양 횡단 항해를 마칠 예정”이라며 “완전 자율 항해를 통해 가장 안전하고 지능적인 선박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말했다.
해양수소 밸류체인과 관련한 구체적인 청사진도 제시됐다. 김 원장은 “오는 2025년까지 100㎿ 규모의 그린수소 생산 플랜트를 구축하고 세계 최초로 2만㎥급 수소운반선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번에 현대중공업그룹이 밝힌 목표는 2030 수소 비전의 일부다. 앞서 그룹은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오일뱅크·현대일렉트릭이 협업해 2030년까지 수소 밸류체인을 완성하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미래 친환경 에너지원인 그린수소를 해상에서 생산하고 저장한 후 육상으로 운반해 차량용 연료 등으로 판매하거나 전기로 전환할 수 있는 독자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로보틱스의 미래도 소개됐다. 그룹의 빅데이터 기반 장비 관리 솔루션을 담당하는 류 전략총괄이사는 지능형 로보틱스 기술이 구현할 안전하고 효율적인 미래 건설 현장의 모습을 선보였다. 현대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건설기계는 건설 현장 무인화를 목표로 스마트 건설 로봇과 관련 플랫폼 서비스를 2025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다. 현대로보틱스도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인류의 삶을 보다 안전하고 풍요롭게 해줄 식음료(F&B)·방역 등 다양한 서비스 로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정 대표는 미래 비전이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선박 자율운항 기술을 확보하려 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정 대표는 “신성장 사업으로 자율운항을 점찍고 관련 기술 확보를 위해 벤처캐피털을 통해 전 세계에 유망하다는 기업은 다 만나봤다”며 “결국 내린 결론은 우리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이미 보유한 사업 역량만으로도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가 충분했다는 설명이다. 정 대표는 “자율운항의 경우 세계를 선도할 정도의 기술을 축적하고 있다”며 “조만간 시제품을 내놓고 대형 선박은 기본이고 소형 레저보트까지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건설 기계, 로봇 무인화 부문도 벌써부터 매출이 나오는 만큼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머지않았다고 진단했다.
정 대표는 지난해 그룹의 신성장 사업을 발굴하는 미래위원회를 이끌며 석유의 종말 이후 신재생에너지 시대 현대중공업그룹의 먹거리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에 했던 고민의 답이 이번 CES에서 상당 부분 공개됐다”며 “이번 자리에 다 공개하지는 못했지만 적절한 시점에 밝히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건의 인수합병(M&A)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스베이거스=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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