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중국사업혁신팀을 새로 만든 것을 비롯해 현대차·SK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중국 관련 조직을 개편·신설하는 등 재정비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글로벌공급망(GVC)이 재편되고 있지만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자 주요 소재·부품 공급 국가인 만큼 새로운 차원의 전략과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조직 개편에서 기존 소비자가전(CE)과 정보기술·모바일(IM)을 통합한 DX 부문 산하에 ‘중국사업혁신팀’을 신설했다. 한종희 부회장 직속인 이 조직은 인사·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전사 파트와 사업부 파트로 구성됐다. 사업부 밑에는 모바일을 담당하는 MX 부문과 소비자가전·영상디스플레이(VD) 부문을 뒀다. 내년 3월 새 대표에 오르는 한 부회장이 직접 중국 사업 전반에 대한 혁신을 챙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올해 1~3분기 중국 매출은 43조 7,455억 원으로 중국은 전체의 30.2%를 차지하는 중요한 시장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중국 현지 법인은 29개로 베이징과 홍콩·상하이·시안 등지의 판매 법인을 비롯해 쑤저우(가전)·시안(반도체)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가 중국 사업 혁신에 나선 이유는 모바일 사업 강화와 공급망 관리 때문으로 관측된다.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013~2014년 삼성전자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를 웃돌았지만 2019년부터 1% 미만대로 떨어졌다. 비보·오포 등 중국 브랜드가 급성장했기 때문인데 올 10월 애플이 비보를 제치고 중국 시장에서 6년 만에 1위를 차지하면서 갤럭시로서는 더 이상 중국 브랜드 핑계만 댈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특히 삼성전자가 폴더블이라는 새로운 폼팩터(유형)를 내놓은 만큼 이를 무기 삼아 중국 시장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이번 조직 개편에 담겼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아울러 최근 반도체를 비롯해 원자재와 부품 등 공급망 불안으로 삼성전자 주요 제품들의 출시도 영향을 받은 만큼 공급망 관리 재점검도 이번 신설 조직의 주된 역할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재판 일정이 없는 이달 말에서 내년 초 사이 중국 출장을 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았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올 7월 중국 시장 재도약을 위해 현지 조직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이전까지 중국 지주사인 현대차투자유한공사(HMGC)가 현대차와 기아의 현지 사업을 총괄해왔는데 이를 다른 글로벌 본부와 동일하게 본사 관리 체제로 바꿨다. 현지 맞춤형 모델이 아닌 글로벌 기준에 맞춘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는 중국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조직 개편이다. 현대제뉴인도 지난달 조직 개편에서 중국사업본부를 새로 만들었다. 세계 건설 장비의 3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 확대를 위해 시장 변화 등 정보 수집 기능을 확충하고 영업 전략을 짜기 위한 개편이다. SK그룹의 배터리 계열사 SK온도 생산·품질 관리 강화 차원에서 중국을 비롯해 전 세계 지역별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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