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경기회복과 물가 상승 등으로 내년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긴축적 통화정책에는 선을 그었다.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는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 가능성을 차단한 것이다. 내년 1분기 기준금리를 한 차례 인상한 후 한동안 통화정책 휴지기를 거친 뒤 하반기 1~2차례 더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박종석 한은 부총재보는 9일 통화 신용 정책 보고서 설명회에 참석해 “기준금리를 두 번 인상했지만 아직도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8월과 11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1.0%로 올렸는데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1.25%)보다 낮은 만큼 완화적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사실상 내년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셈이다. 다만 박 부총재보는 “새로운 불확실성 요인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긴축 수준으로 금리 인상을 생각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이면서 급격한 금리 인상 가능성은 경계했다. 최근 시장에서도 한은이 내년 1분기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린 뒤 하반기에 1~2차례 더 인상하는 데 그칠 것으로 금리 인상 횟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시장이 전망하는 내년 말 기준금리 수준은 1.25~1.75%다. 이와 관련해 박 부총재보는 “시장 기대가 한은의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시장 기대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면 언제든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라고 발언했다.
한은은 내년 상반기까지 민간 소비 회복세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금리 인상에 필요한 경기회복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대면 서비스가 빠른 회복을 주도하는 가운데 그동안 축적된 가계 구매력이 소비 회복을 뒷받침한다고 봤다. 다만 지난달 기준금리 인상 직후 급작스럽게 등장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큰 변수다. 오미크론 변이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더욱 예의주시한다는 방침이다.
물가 역시 오미크론 영향을 관찰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날 발표된 통화신용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34개국의 물가 수준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은 2008년 이후 가장 높다. 글로벌 물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보다 확대된 가운데 높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오미크론이 공급망에 영향을 주게 되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박 부총재보는 “오미크론 변이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계량화하기 어려운 단계”라며 “새로운 불확실성 요인에 대해서 가볍게 보지 않고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판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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