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올해 주택분 종합부동산세 고지서를 발송한 22일, 세정 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이례적으로 보도 참고 자료까지 배포하면서 성난 민심 진화에 나섰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고지 인원은 94만 7,000명에 불과해 전 국민의 98%는 종부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일부 언론이 종부세 부담이 지나치게 과중하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전 국민 대부분은 고지서를 받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부 언론들이 소수 국민에게만 해당하는 종부세 문제를 부풀려 ‘침소봉대’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다주택자는 부동산 시장의 투기꾼으로 묘사됐다. 기재부는 이날 자료를 통해 조정대상지역인 서울 강남구에서 아파트 2채(합산 시가 53억 원)를 보유한 사람은 올해 5,900만 원에 이르는 종부세를 내게 된다고 밝히면서도 “지난해 8월 종부세법을 개정하고 매매 유도를 위해 올해 6월까지 10개월간 과세 유예기간을 뒀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종부세 중과는 집을 팔지 않고 버틴 다주택자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종부세 자체가 조세 부담 형평성을 높이고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 도입된 것”이라며 “고가 다주택을 가진 사람은 높은 종부세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문제는 종부세가 1주택자까지 징벌하는 방향으로 점차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달 국세청에서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들게 되는 1주택자는 총 26만 8,000명으로 전년 17만 6,000명 대비 9만 2,000명이나 늘었다. 이 1주택자에는 부부가 주택 한 채를 50%씩 나눠 갖는 지분 공동 보유자도 포함된다. 과거에는 집 한 채를 부부가 공동 명의로 보유해 종부세 부담을 줄이는 게 ‘세테크’의 상식으로 여겨졌는데 앞으로는 집을 ‘반(半) 채’만 갖고 있어도 종부세를 낼 가능성이 과거보다 더 늘어난 셈이다. 여기에 가구원 중 1명이 단독 명의로 집 한 채를 보유한 순수 ‘1세대 1주택자’ 납부 대상자도 같은 기간 12만 명에서 13만 2,000명으로 1만 2,000명 더 늘었다.
세 부담도 증가했다. 1세대 1주택자가 올해 부담해야 종부세는 평균 151만 5,577원으로 지난해 97만 4,513원과 비교해 55% 넘게 상승했다. 1주택자 납부 인원과 납부 세액이 모두 늘어난 셈이다. 민간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주거 목적으로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집값이 올라도 미실현이익으로 봐야 하는데 이런 사람들에게 세금을 더 올려봐야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 실패로 집값을 띄워놓고 이를 납세자에게 전가하는 것도 본말이 뒤집어진 행태다. 실제 이번 종부세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애초에 집값이 정부가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올랐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14년 만에 최대치인 19.08% 상승했다.
여기에 정부가 세금으로 집값을 잡기 위해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에 공시가액을 반영하는 비율)’과 종부세율을 모두 끌어올리면서 올해 유례없는 종부세 폭탄이 떨어지게 됐다. 정부가 집값 잡기에 실패해 세금을 올린 것인데도 이에 대한 근본적 사과 없이 국민 2%와 98%를 나눠 편을 가르는 식으로 몰아가 사실상 세금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종부세 납부 대상자를 최대한 축소하기 위해 이날 토지분 종부세 납세자 숫자를 공개하지 않은 것도 일종의 ‘분식회계’로 볼 여지가 있다. 종부세는 크게 나눠 주택분과 종합 합산 토지, 별도 합산 토지로 부과되는데 정부는 올해 토지분 종부세 대상자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토지분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약 9만 8,000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중복 납부자를 제거하더라도 올해 종부세 납부자는 100만 명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종부세 급등에 따른 정책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올 10월부터 고소득자들의 소비를 장려한다는 명목으로 매달 최대 10만 원을 돌려주는 상생 소비 지원금(카드캐시백)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연말까지 수백만~수천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하는 종부세 납부 대상자와 그 가족들에게 소비 위축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부세는 국민 재산을 빼앗는 약탈적 세금”이라며 “국가에서 일괄적으로 걷어 지방에 뿌리면서 거시적으로도 경제 순손실을 가져오게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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