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10년 간 공공 목적의 위성을 총 170여기(초소형 위성 90기 포함) 개발하고 우주 발사체를 총 40여차례 쏘아 올리기로 했다. 내년부터 2035년까지 3조 7,235억원을 들여 구축하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을 활용해 자율주행차 등 연관 산업도 육성한다. 6G 군집위성을 통해 자율운항선박, 도심항공교통(UAM), 섬의 통신서비스 등도 실증할 방침이다. 위성 영상 배포·처리·분석 플랫폼 구축과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개발 등을 통해 민간의 위성 영상 활용도 촉진할 계획이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민간기업 전용 발사체 발사장도 구축하고 발사체, 위성, 소재·부품 등 우주산업 클러스터도 조성하기로 했다. 다만 우주 벤처·스타트업들이 원하는 우주 모태펀드 조성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5일 대전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열린 제21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총리로서 처음으로 주재하며 이같이 결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맡던 국가우주위원장은 이번에 총리로 격상됐다. 위원회는 기존 우주 연구개발(R&D)뿐 아니라 안보우주개발실무위원회도 신설해 국방부 차관과 국정원 차장에게 공동 실무위원장을 맡겼다.
이날 정부는 급성장 중인 세계 우주산업 흐름을 감안해 우리나라도 10년 후에는 우주 비즈니스 시대를 열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김 총리는 “국무회의 때 말고 기획재정부, 외교부, 국방부,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까지 오는 이런 회의는 처음 해보는 것 같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우주개발 기술이 냉전기 미·소 간 체제 경쟁으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에어백, 정수기, MRI·CT 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며 “GPS 등 위성항법시스템, 우주 인터넷, 우주 관광 등 신산업을 통해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미국 등 우주 선진국에서 하는 것처럼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계약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기술료도 감면하고 계약이행 지체 시 부과하는 지체상금 한도를 방위사업 수준인 계약금의 10%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산업체 연수와 석·박사 도제식 교육 등 다양한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또 대학에 미래우주교육센터를 지정하고 교육 콘텐츠 보급도 확대할 계획이다.
위성 개발에도 박차를 가해 내년부터 2031년까지 초소형 군집위성 90기를 포함해 총 170기의 위성을 띄울 예정이다. 이 중 3만6,000km 궤도에 띄우는 정지궤도위성은 총 4기이다. 우주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위성정보 산업 관련 신산업을 육성하고 위성정보 개방성 확대를 통한 사업화를 지원하기로 했다. 위성TV, 위성통신, 지구관측 등 위성정보 산업은 세계 우주산업의 2019년 기준 2,533억달러 규모 우주시장의 93.6%를 차지한다. 정부가 6G 군집위성을 통해 자율운항선박, UAM, 도서지역 통신서비스 등 실증사업을 추진하고 민간의 위성 영상 활용을 촉진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내년부터 중소·벤처기업이 우주 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초소형위성 기반의 비즈니스 실증에도 나서기로 했다.
특히 정부는 4차 산업혁명 인프라로 초정밀 위치·항법·시각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는 KPS를 내년부터 14년간 구축하기로 했다. KPS 위성을 8기 구축하면 유사 시에도 금융·전력·통신·교통망 등 주요 인프라의 안정성이 확보된다. 센티미터급 초정밀 서비스를 제공해 자율주행차, UAM 등 4차 산업혁명 신산업을 위한 기반도 갖추게 된다. 정부는 KPS R&D 총괄을 위해 항공우주연구원에 ‘KPS 개발 사업본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김 총리는 “짧은 우주개발의 역사에도 지난달 우리 손으로 만든 누리호(한국형 발사체)를 발사해 세계 7번째로 1톤급 이상의 위성을 스스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우주기업을 키우고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누리호 1차 발사 결과를 보고받은 데 이어 내년 5월 2차 발사에서 성공을 다짐했다. 이어 내년 8월 미국 스페이스X 발사체를 통해 쏘아 올리는 달 궤도선, 지상 정밀관측 위성인 다목적 실용위성 6·7호 제작현장을 찾아 격려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