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전 (주)LG(003550) 부회장이 지난 1일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에 취임하면서 그의 뒤를 이어 LG그룹의 인수합병(M&A) 등 신사업을 누가 조율할 지 재계는 물론 투자은행(IB)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권 부회장이 막후에서 그룹 전반의 M&A에 관여하며 조정하던 업무를 베인앤컴퍼니 한국 대표를 역임한 홍범식 (주)LG 경영전략팀장 겸 사장이 맡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2일 LG그룹 등 재계에 따르면, 권 부회장이 LG그룹의 실질적 2인자 자리에서 물러나 LG엔솔 경영에 집중하면서 그의 공백을 메울 인사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LG안팎에선 구광모 회장이 취임 3년을 넘어서 친정 체제 구축에 자신감을 갖게 된 만큼 권 부회장 같은 인사를 별도로 발탁해 힘을 분산할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권 부회장 후임으로 거론되던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나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도 외부 수혈 인사로서 그룹 내 정통성이나 중량감이 크지 않아 지주 부회장으로 이동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아울러 2014년부터 구 회장의 경영 수업을 도와온 것으로 알려진 권봉석 LG전자(066570) 대표이사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지주사로 이동할 지에 대해선 여전히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LG의 한 관계자는 “구 회장이 그룹 경영 전반을 장악하면서 연말 인사에서는 계열사 CEO(최고경영자)를 중심으로 한 리더십을 확고히 하는 데 관심을 쏟는 것으로 안다” 고 말했다.
구 회장이 계열사별 독립 경영을 중시하고 사장단 역할 강화에 관심을 쏟자 지주사에서 LG의 신성장동력을 챙길 장자방으로는 홍범식 (주)LG 사장이 부상했다. 홍 사장은 2018년 구 회장의 발탁 인사 후 3년째 그룹의 주요 M&A를 세밀하게 검토하며 미래 사업 등에 대해 구 회장에게 조언해온 측근이다.
서울 여의도고와 미국 남가주(USC)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컬럼비아대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마친 후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모니터 그룹과 베인앤컴퍼니에 몸 담았다. 특히 2007년 SK텔레콤으로 옮겨 미래 성장 사업의 아이디어를 발굴하며 11번가 등 이커머스나 웹툰 사업인 툰도시 등을 인큐베이팅했던 이력도 눈길을 끈다.
홍 사장은 2009년 다시 컨설팅사인 올리버 와이만의 한국 대표로 돌아온 후 2011년 베인앤컴퍼니에 복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보통신과 테크 부문 대표를 지냈다. 이후 베인앤컴퍼니 한국 대표로 승진했다.
구 회장의 남자로 2018년 LG그룹에 둥지를 튼 홍 사장은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해 LG와 LG전자의 오스트리아 자동차 조명기업 ZWK 인수(1조 4,400억 원),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8,000억 원), 마그나인터내셔널과 전기차 동력전달장치 합작사 설립 등을 이끌었다. 이와함께 전장 사업에 속하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관련 기업인 알폰소·알루토·사이벨럼 등 스타트업도 인수했다.
(주)LG가 카카오모빌리티에 1,000억 원을 투자한 것도 홍 사장이 구 회장에 직보하며 길을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LG전자가 한온시스템 인수전에 참여하려다 불참으로 선회한 배경에도 홍 사장의 입김이 적잖이 작용한 것으로 사모펀드업계는 보고 있다. LG 사정에 정통한 IB업계 관계자는 “LG에 구광모 체제가 안착하면서 구 회장 이외로 향하는 원심력은 최대한 배제될 것" 이라며 “구 회장 체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사장단의 영향력은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 젊은 피인 홍 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