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중개 보수 개편안에 당초 발표 때는 없던 지방자치단체의 중개수수료 조정권한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지방 공인중개사들의 요구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가 정부 개편안 대비 0.1%포인트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는 중개 보수 인하 효과가 사실상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같은 가격의 아파트를 매매하는데도 지역별로 중개수수료 상한액 차이가 최대 180만원까지 벌어지게 돼 수수료 편차에 대한 반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관보에 따르면 2일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발표한 중개 보수 개편안의 구체적인 입법 내용을 담은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번 입법 예고안에는 정부가 새로 정한 중개 보수 요율 중 일정 부분을 지자체가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삽입됐다. 개정안은 시행규칙 20조 2항을 신설해 지자체가 거래 금액별 상한 요율에 ‘거래 금액의 0.1%를 가감한 범위’를 정해 조례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선 개편안 발표 때는 없던 내용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각 지자체는 지역 사정을 감안해 정부가 발표한 중개 보수 요율에서 0.1%포인트 이내로 조정이 가능하다. 같은 금액으로 부동산 거래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중개 보수가 최대 0.2%포인트까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발표된 정부 개편안은 6억 원 미만 매매 거래 시 현재 요율을 유지하고 6억 원 이상~9억 원 미만은 0.1%포인트, 9억 원 이상의 경우 금액대에 따라 0.2~0.4%포인트의 수수료율을 인하하는 내용을 담았다. 임대차계약의 경우 3억 원 미만은 현행 유지, 3억 원 이상~6억 원 미만은 0.1%포인트, 6억 원 이상은 0.2~0.4%포인트 낮추도록 했다.
중개 업계에서는 이 같은 조항 삽입을 두고 사실상 ‘6억~9억 원대 구간’의 수수료율을 현행 유지하도록 한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국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9억 원 미만 주택 거래는 전체 거래의 94.7%에 달한다. 이 가운데 6억~9억 원 거래 비중은 8.9% 수준이다. 수도권·세종을 제외하면 지방 대부분의 거래가 9억 원 미만에서 이뤄지는데 6억~9억 원 구간에 대해 지자체가 0.1%포인트를 상향해 조례에 적용하면 사실상 전 구간에서 현행 요율을 유지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개편안에서 6억~9억원 구간의 수수료율을 현행 0.5%에서 0.4%로 인하했지만 지자체가 0.1%포인트를 올릴 경우 0.5%로 현행 유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개편안 발표 후 업계에서 개선을 위해 정부에 가장 요구했던 부분”이라며 “이번 개편안은 사실상 9억 원 이상 고가 주택의 중개 보수가 너무 높아진다는 지적 때문에 이뤄진 것인데 왜 지방까지 건드리느냐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에 대해 정부가 논란 끝에 ‘기준점’을 정해 놓고 지자체에 변동 여지를 주는 것은 시장의 혼선만 초래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어느 지자체는 0.1%포인트를 높이고, 어디는 낮추면 지역별로 요율이 최대 0.2%포인트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어디를 가나 똑같은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나중에 새로운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8억9,9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한다고 가정해보자. A지자체에서 상한요율인 0.4%에 0.1%포인트를 더한 0.5%를 기준으로 정했다면 매매 중개수수료 상한은 449만5,000원이다. 반면 B지자체에서는 상한요율인 0.4%에서 0.1%포인트를 내린 0.3%를 기준으로 정했다면 중개수수료 상한은 269만7,000원이다. 같은 가격의 아파트를 매매하는데도 지역별로 중개수수료 상한액 차이가 179만8,000원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이 조항으로 인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역 사정에 따른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지자체가 판단할 영역이기는 하지만 대부분은 정부 개편안을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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