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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순환매에 '쩔쩔'…개미가 찜한 IT·배터리·車 5개월 수익률 '-'

[코스피 3,300 돌파…개인 '풍요 속 빈곤' 왜?]

상반기 인플레·금리인상 우려 속

철강·은행 등 외인·기관 종목만 ↑

개인은 'BBIG' 위주 고수해 쓴맛

최고치 날에도 하락종목> 상승종목

고객예탁금도 66조…반년간 정체

"하반기엔 성장주 귀환 가능성"





코스피가 이달 들어서만 여섯 번째 신고가를 경신하고 사상 처음으로 3,300선까지 돌파하는 등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동학 개미들은 “사상 최고치가 잘 와닿지 않는다”며 갸우뚱한 모습이다. 실제로 주변에서는 증시는 사상 최고치를 넘나드는데 계좌 수익률은 마이너스라며 푸념하는 투자자들도 상당하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3,200을 돌파했던 지난 1월 이후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려에 경기민감주로 순환매가 빠르게 진행됐지만 대다수 개인은 지난해 주도주였던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등 성장주 투자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개인 투자 비중이 높은 인터넷·자동차 업종이 들썩거리고 꿈쩍않던 반도체주의 실적 눈높이도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 다시 개인들이 웃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코스피 축포에도 ‘개미 난감’=25일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16.74(0.51%) 상승한 3,302.84에 거래를 끝냈다. 코스피가 3,300 고지를 뚫은 것은 사상 처음으로 장중 3,316.08까지 솟구쳤다.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 경신은 이달 들어서만 여섯 번째다.

지수만 봐서는 축포를 여러 번 쏘아올렸을 분위기지만 증시 참여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주요 업종과 종목들을 그다지 많이 보유하고 있지 않았던 탓이다. 실제로 코스피가 3,200선을 돌파했던 올 1월 25일부터 3,300선을 넘어선 이날까지 코스피의 업종별 상승률을 살펴보면 섬유의복(49.07%), 철강금속(31.32%), 운수창고(29.74%), 은행(27.48%), 기계(27.30%), 통신업(25.64%) 등의 순으로 주가 상승률이 높았다.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매수 상위 종목에는 해당 업종의 기업들이 거의 없었다. 반면 외국인투자가는 POSCO(005490) 등 철강 금속 기업과 KB금융·신한지주 등의 은행, SK텔레콤(017670) 등 통신 기업을 두루 매수 상위 종목에 포함했다. 기관도 KT(030200)와 S-OIL·호텔신라(008770) 등을 많이 사들이며 코스피를 뛰어넘는 수익률을 거뒀다.



반대로 이 기간 전기전자(-7.90%), 의약품(-7.44%), 운수장비(-3.21%), 화학(2.30%) 섹터는 손실을 보거나 코스피보다 낮은 수익률을 거뒀는데 개인들이 많이 사들인 종목 대다수가 이 섹터에 포함됐다. 삼성전자(005930)(-8.72%), SK하이닉스(-4.81%), 현대모비스(012330)(-15.83%), 삼성SDI(006400)(-12.91%), 삼성전기(009150)(-18.41%) 등이 모두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인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이달 들어 주가 상승세가 가팔랐던 카카오와 NAVER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8개 종목에서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하락종목이 더 많아…‘BBIG’ 부활이 관건=지난해가 ‘대세 상승장’이었다면 올해는 실적 위주의 선별 장세였던 점도 영향을 미쳤다.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더 많은, 한마디로 ‘오르는 주식만 더 오르는’ 분위기였다는 의미다. 실제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돌파한 이날도 코스피의 등락비율(ADR)은 98.5%로 100%를 밑돌고 있는데 이는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더 많다는 의미다. 지난해 연말의 경우 ADR은 120~140%에 달해 상승 종목이 훨씬 많았다. 투자 셈법이 복잡해지며 투자자예탁금이 제자리걸음을 걷는 등 증시에 활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투자자예탁금은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는데 지난해 연말부터 개인 투자 열풍이 불며 11월 50조 원 규모에서, 12월 60조 원, 올 1월 70조 원까지 치솟는 등 급증했다. 하지만 현재 예탁금은 66조 원 규모로 증가율이 멈춘 상태다.

코스피를 3,000에서 3,200까지 끌어올린 것은 경기민감 업종이었지만 3,300선까지 도약하는 데는 결국 인터넷과 반도체·자동차 등 성장주가 주효한 역할을 한 것이다. 특히 5개월째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였던 반도체주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수 상승세를 타고 ‘BBIG’ 등 지난해 주도주였던 성장주가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개선되는 등 병목현상이 완화되며 반도체·자동차 등 대형주의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다른 종목의 가격이 많이 비싸진 상황에서) 반도체 업종의 주가 향방이 결국 지수의 상승 하락을 결정짓는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수가 3,300선을 넘어 더 상승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의견을 내고 있다. 상반기 증시를 흔들었던 유동성 긴축과 금리 이슈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숫자상으로 3,300을 넘겼지만 1월 장중 고점이 3,266.23이었기에 결국 6개월 동안 헤매다가 다시 상승을 시작한 것”이라며 “시장은 여전히 금리를 신경 쓰고 있기에 미국 10년물 금리가 2% 올라가게 되면 시장은 또 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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