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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빅50' 중 31곳이나 인건비 줄여…"주52시간·최저임금 치명타"

[일자리 없애는 반기업정책]  

기아·LG 등 대기업에 '공기업' 가스公마저 고용 ↓

'코스닥 매출 상위 50위' 중 24곳도 종업원 규모 줄여

기업 경영 환경은 고려 안해…경직된 노동 정책 역효과





코스피·코스닥 시장 상장사 1,911곳 중 절반이 넘는 1,001곳이 지난해 고용 규모(종업원 수)를 줄인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문만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주 52시간근로제 등 기업의 경영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통행식 반(反)기업 정책이 이미 기업의 기초 체력을 망가뜨린 상황에서 코로나19는 이를 무너뜨린 ‘결정적 한 방’에 불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굳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악화가 아니더라도 각종 반기업 정책이 일자리 시장을 위기로 내몰았을 것이라는 평가다.

코스피 매출 50대 기업 中 31개 기업 고용↓

7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서울경제의 의뢰로 지난해 상장사의 고용 규모를 전수조사한 결과 매출 규모와 관계없이 상장사의 절반 이상이 전년 대비 고용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상장사의 57.3%, 코스닥의 49.5%가 지난해 고용을 줄였다. 전체적으로 고용 인원이 감소한 기업 비율은 2019년 44.6%에서 52.4%로 7.8%포인트 상승했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고용 규모가 큰 몇몇 대기업이 고용을 늘리면서 전체 고용이 양호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 기업 효과를 걷어내면 고용 사정 악화가 심각했던 셈이다.

코스피 상장사 매출 상위 50대 기업 중에서는 절반을 넘는 31개 기업이 고용 규모를 전년 대비 줄였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기아의 고용 인원이 2019년 3만 5,675명에서 2020년 3만 5,242명으로 소폭 감소했고 LG전자는 같은 기간 4만 110명에서 3만 9,745명으로 줄었다.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도 2만 6,655명에서 2만 5,980명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삼성물산은 각각 1,973명에서 1,271명, 9,119명에서 8,857명으로 고용 인원이 감소했다.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4,288명→4,269명)조차 고용 인원이 줄었다. 코스피 상장사 매출 하위 50개 기업도 절반에 가까운 23개 사가 2019년 대비 지난해 고용 인원을 축소했다.

코스닥 상장사 매출 상위 50대 기업 역시 절반에 가까운 24곳이 지난해 고용을 줄였다. 코스닥 상장사 중 지난해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곳은 CJ E&M이었는데 고용 인원이 2019년 3,680명에서 3,403명으로 줄었다. 이 밖에 CJ프레시웨이(6,972명→6,642명)와 매일유업(2,154명→2,138명), GS홈쇼핑(1,073명→1,011명) 등 주요 코스닥 기업들의 고용 규모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퇴직자가 발생해도 신규 채용으로 인원을 보강하지 않는 식으로 투자비를 줄여 자연스럽게 경기 불황에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기업 정책에 코로나19까지 직격탄



경제 전문가들은 기업의 고용 축소 원인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그보다는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 같은 정책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봤다. 1인당 근로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일자리를 쪼개 고용을 늘리고, 저소득 근로자의 임금을 올려주겠다는 의도로 시작한 정책이 되레 기업 고용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가 고용 축소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주 52시간제”라며 “기업 입장에서 코로나19 악재가 일시적이라고 본다면 주 52시간제는 지속적으로 고용 상황에 영향을 줄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듬해인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에 대해 주 52시간제를 시행했다. 50~299인 사업장은 유예 기간을 거쳐 올해 초 시행했고 5~49인 사업장은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는 근로시간을 줄이면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봤지만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정책이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시간당 인건비가 늘기 때문에 고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용의 유연성을 높이고 직무 중심의 급여체계를 갖춰야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상장사들은 그나마 상황이 낫고 이들보다 영세 사업자들에 타격이 더 컸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기업들보다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코로나19와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 영향을 직격탄으로 맞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들 영세사업자의 고용 충격은 통계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고용 부문 전문가는 “중소기업들과 자영업자들이 줄인 고용 인원들은 사회적 보호망 안에도 편입되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여서 문제가 더 심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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