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 불어 닥친 '이준석 현상'에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들썩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30대 청년의 제1야당 대표 당선 가능성이 커지자 여당 내에선 부러움과 당혹감을 넘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나아가 대중의 주목을 받는 '2030 기수'가 등장하지 못하는 근본 배경을 살펴야 한다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1일 연합뉴스에 "그만큼 국민들은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갈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여당도 마찬가지"라며 "2030 인물을 일찌감치 키워낼 수 있는 방안을 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지도부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모양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주 전국 단위 조직인 청년위원회, 대학생위원회와의 회의에서 파격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공석인 청년정책연구소 소장을 조속히 임명하는 한편 청년위, 대학생위 등에 청년 조직에 대한 인력 및 예산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송 대표 측 관계자는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서 청년 정책을 총괄하는 만큼 그 부문에 대한 추가 지원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당헌당규 등 구조적 문제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당 대표 선거만 해도 중앙위원회가 예비경선(컷오프) 후보를 정하기 때문에 초선 의원을 비롯한 신진 정치인에게 문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번 6·11 전대 예비경선에서 당원과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1:1로 반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5·2 전당대회에 출마했으나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정한도(30) 시의원은 통화에서 "중앙위에서 본경선 후보를 선택하고 일반 국민은 예비경선에 아예 참여할 수 없는 구조"라며 "중앙위원들은 다선의 당 대표 후보들이 전화만 돌려도 선거운동이 가능하더라"고 했다.
정청래 의원은 TBS 라디오에서 "투표권을 중앙위가 100%를 갖다보니 다선 의원이 아니거나 어느 계파에 소속돼 있지 않으면 컷오프 된다"며 "중앙위 투표 비중을 50%로 줄이고 나머지 50%를 권리당원에게 주자"고 했다. 이어 “초선도, 원외 인사도 당대표 본선에 나가서 자기 주장을 할 수 있는 그런 제도로 탈바꿈하자는 생각에 직접 서명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당 청년위원장인 초선 장경태 의원은 "국민의힘은 5인 이상, 우리는 4인 이상일 때 컷오프를 하기 때문에 정치 신인으로선 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은 것도 큰 문제"라며 당헌당규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스타급 청년 정치인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 자체가 과거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대 총선 때마다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이 청년 정치인의 발판이 돼 왔지만 '계파 심기'라는 내부 비판을 신경쓰느라 그마저도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 대학생위원장 출신인 초선 전용기 의원은 "이준석은 갑자기 등장한 정치인이 아니다. 이미 10년 전에 당 최고위원을 한 인물"이라며 "한번에 2030 정치인 스타를 만들려고 해 선 안 된다. 기회 자체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자 폭탄'을 서슴지 않는 이른바 친문 강성당원들의 집단 행동이 0선, 초선 정치인의 소신 행보를 가로막는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중진 의원을 비롯한 당내 일각에서는 작년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초선 의원들의 근본적 자질을 문제 삼는 비판도 나온다. 원외 한 관계자는 "재보선에서 그렇게 졌는데 초선들이 정풍 운동이라도 벌였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른바 강성 당원들 눈치보면서 자기 앞가림에만 신경 쓰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2030 스타 정치인?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이동학 청년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준석 현상'에 대해 "당내에서 '아이고 어떻게든 해봐야 되는데'라고들 한다. 우리 당에는 위협적이면서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면서 "그런데 우리 당은 지금 공룡이 돼서 아킬레스건을 때려도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일침을 가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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