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8일 재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원 사퇴하면서 당이 리더십 공백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배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조기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당 대표를 선출하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설 계획이지만 쉽사리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당장 대선 후보와 연계될 수밖에 없는 당 대표 선거는 당의 내홍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태년 당 대표 직무대행이 이날 개최한 기자회견을 두고 당내 이견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오전부터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를 잇따라 열고 지도부 총사퇴와 관련한 내용을 담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부 의원들은 이 과정에서 반대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열린우리당 시절 트라우마를 언급하며 무조건 물러나는 게 능사가 아니라 기존 임기를 지키면서 질서 있는 쇄신을 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고 의총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지난 2004년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은 의장이 2년도 안 돼 7명이 교체되면서 결국 분당에까지 이르고 말았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차기 지도부 선거를 앞당기면서 당내 세력 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수 있다”며 “국민의 분노를 만회하기는커녕 당이 내홍에 빠질 수 있어 지도부 사퇴가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실제 오는 16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와 5월 2일 치러지는 당 대표 선거를 두고 당내 의원들은 눈치 보기 모드에 돌입했다. 친문 세력 간의 균형추 역시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해찬 전 대표가 특정 후보를 지원한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에 반감을 가진 친문 중심의 권리당원들은 당원 게시판에서 이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초선 의원들도 21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9일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차기 지도부 선출에 초선 의원들 역시 목소리를 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선 주자들 역시 대선 경선을 관리할 차기 지도부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특히 이번 선거의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은 이낙연 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될 경우 대선 레이스 중도 하차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상태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지도부 선출은 대선 경선과 연계되지 않을 수 없다”며 “경선 주도권을 쥐기 위해 차기 지도부 선출에 각 대선 주자와 계파별 영향이 커질 경우 강 대 강 갈등이 표면화될 수 있어 차기 지도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리더십에 상처가 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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