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 개미 운동’이 한국 사회를 강타하면서 ‘푼돈’이라고 무시 받았던 소액 투자자의 주머니를 탐하는 투자 업체가 늘고 있다. ‘돈 안되는 고객’으로 여겨지기 일쑤였지만 투자 시장 저변이 확장되면서 매력적인 자산을 쪼개 파는 방식으로 투자 문턱을 낮춰 뉴머니를 흡수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주식·미술품은 물론 한정판 운동화 한 켤레의 소유권을 여러 명이 공동 투자한 뒤 시세 차익을 나눠 갖는 서비스가 새로 등장 중이다.
‘리셀·소액’ 교집합으로 젊은층 공략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투자 시장에 한정판 운동화·명품 시계를 다수의 투자자가 공동 구매하고 매각 시 지분율 만큼 수익을 나눠 갖는 ‘리셀 조각 투자’ 플랫폼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미술품 경매 업체 서울옥션의 관계사 서울옥션블루가 스니커즈·미술품에 공동 투자하는 ‘소투(SOTWO)’ 시범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스타트업 바이셀스텐다드는 명품 시계를 여러 명이 함께 투자하는 서비스 ‘피스’를 이달 출시했다.
2030세대의 제테크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는 ‘리셀’(신발·명품백에 웃돈을 얹어 비싸게 되파는 방식)에 ‘공동 구매’ 개념을 더한 것이 이들의 사업 모델이다. 소투는 최소 투자 단위를 1,000원으로 대폭 낮추며 만들어 젊은 층을 저격했고 판매자가 직접 해야 했던 유동화 작업을 업체가 진행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올 1월 말 시범 서비스를 출시한 후 최근까지 소투의 일간이용자수(DAU)는 1.5배로 늘었고 재방문율은 48.6% 수준이다. 서울옥션블루 관계자는 “MZ세대가 관심 갖는 아이템이 무엇일지 고심하다가 ‘스니커테크’(스니커즈+재테크)를 선보였다”며 “반응이 좋아 새 상품 오픈 주기를 주 1회에서 2회로 늘린 상태"라고 설명했다.
3.9억 미술품 거래에 1,490명 참여…"밀레니얼 세대 중심 관심 커"
한 점당 기본 수 백만 원대부터 억 대까지 가격이 형성돼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던 아트테크(아트+재테크)의 공동 투자도 빠른 속도로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작품 하나를 쪼개 파는 갤러리가 등장한 지는 오래고, 최근 주식시장의 가격 부담이 커지고 횡보 장세가 길어지자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미술 시장에 눈 돌리는 투자자도 나타나고 있다. 미술품 공동 구매 사업을 하는 아트앤가이드는 최근 1년 간 3억 9,000만 원의 미술품 공동 구매 거래를 진행했는데 1,490명의 투자자가 참여했다. 아트앤가이드 관계자는 “값비싼 미술품을 저렴한 가격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이점에 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이라며 “블록체인 통해 소유주 명단을 관리하고 작품 관리와 판매를 갤러리가 도맡고 형태”라고 설명했다.
소수점 주식 거래도 문 열리나…STO 흐름도 발견
대체 투자처 뿐 아니라 증권 업계도 2030 뉴머니를 끌어오기 위한 방도로 소수점 매매 도입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아직 제도를 정비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지만 최근에는 젊은 층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수 단위가 아닌 주식 쪼개기 매매 도입이 필요하다면서 업계는 공식 제도화 전 샌드박스를 통한 사전 운영을 요구하고 있다. 젊은 층의 투자 활성화시킬 수 있는 것에 더해 목돈 없이도 우량주에 대한 접근성 높이고 효율적인 자산 배분이란 순기능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업계는 주장한다. 금융 당국도 도입에 관해 큰 틀에서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같은 투자 시장의 변화에서 실물 자산을 디지털 자산으로 발행하는 STO(Security Token Offering, 증권형 토큰) 트렌트를 읽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STO는 부동산 등 유동성이 부족한 실물 자산을 디지털화시켜 접근성을 높이고 현금화도 간편하게 만든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조각 투자는 큰 틀에서 기업의 이익을 사회 전반과 공유하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와 큰 흐름을 함께 한다”며 “제도가 정비가 맞물린다면 연예인·매장 등에 대해서도 누구나 투자하고 수익을 공유할 수 있는 STO가 투자의 한 갈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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