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한 사주 A는 회사의 이익이 급증하자 배우자 명의로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법인 자금을 변칙적으로 유출하고 자녀가 10대일 때부터 약 150억 원을 편법으로 증여했다. 이른바 영앤드리치(Young&Rich)인 자녀는 뚜렷한 소득원도 없이 서울 초고가 주택에 거주하면서 법인 비용으로 슈퍼카(3대·13억 원)를 몰고 해외여행 등 호화·사치 생활을 영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세청이 17일 사주 일가의 편법 증여 등 반칙·특권으로 재산을 불린 불공정 탈세 혐의자 61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뚜렷한 소득원도 없이 부모를 비롯한 사주 일가의 편법 증여 등으로 재산을 불린 영앤드리치, 숨긴 소득으로 초고가 레지던스·꼬마빌딩·회원권 등을 취득한 호화·사치 생활자가 38명이다. 불법 대부업자, 폭리를 취한 의료기·건강식품 업체, 고수익을 미끼로 영업하는 유사 투자자문 업체 등 23곳도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20~30대 영앤드리치 사주 일가 16명의 평균 재산가액은 186억 원에 달한다. 조사 대상자의 자산별 평균 금액을 보면 레지던스는 42억 원, 꼬마빌딩은 137억 원, 회원권은 14억 원이다. 주택 거래·보유세 강화로 최근 레지던스와 꼬마빌딩에 자산가의 관심이 높아진 경향이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서도 나타났다. 레지던스의 경우 전매 제한이나 대출 등 주택 관련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재력가 사이에 아파트 대체 투자처로 관심이 높고 일부 지역 분양가는 50억 원이 넘는 등 고급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꼬마빌딩 역시 자녀와 공동으로 건물을 취득한 후 리모델링으로 가치를 끌어올리고 관련 비용은 부모가 부담하면서 편법 증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사주 B는 현금 매출을 친인척 명의 차명 계좌로 받고 배우자 명의로 유령 업체를 세워 가짜 경비를 지출하는 수법으로 수백억 원대 소득을 숨긴 혐의가 포착됐다. B는 법인 명의로 레지던스 3채(총 70억 원)를 사들여 가족과 사적으로 사용했으며 200억 원이 넘는 꼬마빌딩을 자녀에게 편법으로 증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영앤드리치와 부모 등 가족의 자금 흐름을 포함해 사주 일가를 비롯한 관련인의 재산 형성 과정 및 생활·소비 형태, 관련 기업과의 거래 내역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계 분석을 통해 탈루 혐의를 전방위적으로 검증했다. 노정석 국세청 조사국장은 “악의적 조세 회피자에 대해서는 관련 기업 및 사주 일가 전체를 관련인으로 선정했으며 조사 과정에서 차명 계좌 이용, 이중장부 작성 등 고의적으로 세금을 포탈한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검찰 고발 조치하는 등 엄정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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