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소송 향방을 두고 미국 워싱턴 정가의 의견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결정 이후 SK이노베이션의 미국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주목된다.
14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지난 12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에게 ITC의 최종 결정을 뒤집어달라고 요구했다. 켐프 주지사는 성명을 통해 “불행히도 ITC의 최근 결정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SK의 2,600개 청정에너지 일자리와 혁신적인 제조업에 대한 상당한 투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조지아주 잭슨 카운티에 있는 26억 달러 규모의 SK이노베이션 공장에 대한 장기적 전망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해당 공장은 폭스바겐과 포드에 공급할 배터리를 생산하게 된다.
켐프 주지사의 이 같은 요청에도 백악관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행정기관인 ITC의 결정은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효력을 지닌다. 대통령은 60일의 검토 기간을 거치며 정책적 이유를 들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검토 기간이 지나면 최종 심결은 종국 결정이 된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과 조지아주가 기후변화를 4대 국정 과제로 설정하고 자국 내 전기차 산업 부흥을 기대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과거 미국 대통령이 ITC의 결정을 무효로 한 사례는 지금까지 다섯 번밖에 없는 데다 그마저도 영업 비밀 침해와 관련한 것은 없다는 점이 SK이노베이션의 입지를 좁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왔던 바이든 대통령이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영업 비밀 침해에 눈을 감는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ITC 결정은 영업 비밀 침해를 인정했으며 포드 등 자국 기업을 위한 보호 조치로 한시적인 유예기간을 따로 둔 만큼 바이든 행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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