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5분 후면 표준 코스로 돌고 있는 빨래가 모두 끝이 난다. 이 시간에 맞춰 건조기의 컴프레서를 미리 움직여 건조기 내부를 데워놓는다면 어떨까. LG 트롬 워시타워의 ‘건조 준비 기능’은 이 같은 발상에서 시작됐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각각 사용할 때보다 최대 60분이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이 기능은 추정이나 상상이 아닌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자와 만날 수 있었다.
LG전자(066570)가 데이터로 무장하고 새로운 고객 가치 창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년 전부터 디지털 전환(DX)을 목표로 삼고 있는 LG전자는 그 출발점으로 임직원 누구나 업무 일선에서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판’을 마련해 경영의 본질적 변화를 꾀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전략적 데이터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LG 데이터 포털’을 열었다고 14일 밝혔다. 임직원 누구든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시장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무에서 활용하기 좋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전략책임자(CSO),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의 3개 조직이 힘을 모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특히 이 포털은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고 효율적인 정보를 도출하는 셀프 서비스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포털 사용자는 자신이 분석한 결과를 유관 부서에 간편하게 공유할 수 있으며 개별 업무에서 활용하는 데이터를 속성에 따라 분석할 수도 있다.
LG 트롬 워시타워의 신기능 개발 과정처럼 신가전을 개발할 때는 물론 새로운 협력사와 제시한 견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구매 전략을 세울 때, 기존 제품에 탑재된 기능을 개선할 때도 이 포털을 바탕으로 분석한 데이터가 큰 힘이 될 것으로 LG전자는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이 포털을 통해 임직원이 데이터 분석에 할애하는 시간을 대폭 줄여 업무 효율을 높이고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소비자 니즈까지 찾아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등 전사 차원의 디지털 전환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조주완 LG전자 부사장(CSO)은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함으로써 고객 가치를 혁신하고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 미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포털 시스템의 탄생에는 “고객의 니즈를 집요하게 알아내야 한다”며 개인화 트렌드가 대두된 시장을 면밀하게 바라볼 것을 주문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비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LG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에 디지털 전환과 고객 가치 창출의 필요성을 꾸준히 역설해왔다. 지난해 9월 구 회장은 계열사 최고경영진과 비대면으로 만난 자리에서 사업별 특성에 맞는 기회를 찾아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추구하고 고객과 시장을 세분화해 구체적인 니즈를 찾아 집요하게 파고드는 실행을 주문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LG전자가 고객의 사용 패턴 등 빅데이터를 제품 디자인이나 상품 기획에 활용한 사례를 전 계열사와 공유하기도 했다.
/이수민 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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