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손실 보상 재원 마련을 위해 여당에서 한시적인 부가가치세 인상 카드를 거론하자 전 국민에게 세금을 더 걷어 소상공인을 지원해준다는 형평성 문제와 함께 가뜩이나 어려운 내수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된다. 수년간 밀어붙인 부자 증세에 이어 보편 증세 군불 때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방 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전제를 달면서도 지난 2019년 기준 연간 70조 8,000억 원인 부가세를 한시적으로 1~2% 부과해 손실 보상 기금을 마련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정부는 지난해 부가세 세수를 64조 6,000억 원으로 추정하고 있어 현행 10% 세율을 2%포인트 높일 경우 약 1조 3,000억 원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심각한 내수 침체 상황에서 부가세 인상은 민간 소비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일본의 경우 2019년 10월 소비세율을 8%에서 10%로 올린 후 4분기 개인 소비는 2.9% 감소해 다섯 분기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1977년 부가세를 도입한 후 44년째 10%를 유지하고 있다. 부가세를 올리면 곧장 상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물가가 불안해지고 저소득층의 조세 부담 비율이 확대될 수 있다. 특히 코로나19 3차 확산 및 거리 두기 강화의 영향으로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 위축이 심각한 상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2월 국내 카드 승인액은 전년 동월 대비 -3.3%로 8개월 만에 감소세를 나타냈고 4분기 민간 소비는 전기 대비 -1.7%로 하락했다. 정부 관계자는 “부가세가 올라가면 소비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재정 여건은 증세가 필요하나 경기 상황으로 보면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형평성 논란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서민들 돈으로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모순이 발생하며 프리랜서나 여행·관광 등 업종의 무급 휴직자 등으로부터 “누구는 힘들지 않냐”는 불만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얘기다.
소비 촉진이나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해 한시적으로 유류세, 개별소비세,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세제 감면을 늘리더라도 일정 기간만 증세를 했던 사례도 찾아보기 힘들다. 통상 소득세와 법인세 같이 전년 실적을 바탕으로 다음 해에 납부하는 세목들은 조세정책의 일관성이 깨지기 때문이다. 익명의 한 경제 전문가는 “결국 보편 증세, 부자 증세 이런 부분은 현재로서는 더 못 건드리는 것”이라며 “20여 년 전 캐나다에서 부가세를 올리려다 정작 인상도 못하고 정권만 바뀌었던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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