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데이트펀드(TDF)로 유입되는 자금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올들어 국내주식형펀드에서 15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지만 TDF 설정액만큼은 8,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점은 눈여겨볼 만 하다. TDF는 투자자가 은퇴시기를 정하면, 이를 타깃 데이트로 삼고 펀드 내 자산배분 비중을 자동으로 조정해 준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이 많을 때는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다가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그 비중은 줄여나간다. 그리고 주식의 빈 자리는 채권 등 변동성이 적은 자산으로 메운다. 이렇게 은퇴 시점에 맞춰 주식비중을 낮춰가는 것이 비행기가 하강할 때 서서히 고도를 낮추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글라이드패스(Glide path)’라고 한다.
특정 자산의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했을 때도 자산배분 비중을 조정한다. 비행기가 미리 정해진 고도보다 높거나 낮게 날지 못하도록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글라이드 패스를 따르면 펀드 자산의 50%만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데, 주가가 급등해 60%가 됐다고 해 보자. 이때는 주식을 처분해 다시 그 비중을 50%로 되돌려 놓는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주식을 사서 그 비중을 높인다. 이렇게 하면 가격이 많이 오른 자산은 처분하고 상대적은 싼 자산을 매입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TDF 가입자는 이 과정에서 투자자가 신경 쓸 일이 별로 없다. 자율주행기능을 갖춘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처럼 TDF를 활용하면 자산관리에 소요되는 시간과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자신에게 맞는 TDF를 고르려면 먼저 ‘빈티지’를 살펴야 한다. 빈티지는 투자자가 예상하는 은퇴 시점을 나타낸다. 보통 펀드 이름 제일 뒤에 4자리 숫자로 표시되어 있다. 예를 들어 펀드 이름 마지막에 ‘2045’ 라고 쓰여 있으면, 2045년에 은퇴를 예정하고 있는 투자자를 위한 TDF다. 현재는 2020부터 2050까지 5년 단위의 빈티지를 가진 TDF가 판매되고 있다. 빈티지에 따라 TDF 내 자산배분 비중이 달라진다. 숫자가 클수록 TDF에 편입된 주식 비중이 높다. 은퇴까지 남은 기간이 길수록 펀드 내에서 더 많은 주식을 배분하기 때문이다. 다만 같은 빈티지라도 운용사마다 자산배분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확인하고 가입해야 한다.
하나의 TDF만 가지고도 연금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 본래 DC형 퇴직연금과 IRP 가입자는 주식 비중의 40%가 넘는 위험자산에는 적립금의 70%를 초과해서 투자할 수 없다. 그런데 2040, 2045, 2050 빈티지를 가진 TDF는 주식투자 비중이 40%를 넘는다. 금융당국에서는 TDF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기간 중 주식투자 비중이 80%를 넘지 않고, 예상 은퇴 시점의 주식투자 비중이 40% 이하이고, 투자부적격 등급의 채권에 투자하지 않는 TDF는 위험자산으로 보지 않는다. 현재 판매되는 TDF는 대부분 이 같은 조건에 맞춰 운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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