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독교계 지성사를 대표해 온 월간 ‘기독교사상’이 이달로 통권 800호를 맞았다.
기독교사상의 정필석 편집장과 김흥수 목원대 명예교수는 7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57년 창간 이후 67년간 한국 교회의 신학적 논쟁과 시대적 과제를 꾸준히 다뤄온 기독교사상이 800호를 맞았다”며 “이는 한국 기독교 출판 사상 유례없는 기록”이라고 밝혔다.
기독교사상의 기원은 1915년 한국기독교서회가 발간한 주간지 ‘기독신보’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7년 월간지로 개편돼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김 교수는 “기독교사상은 1985년 군부독재 시절 북한 선교 관련 내용으로 6개월간의 정간과 검열로 인한 몇 차례 판금 처분을 받기도 했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쉼 없이 발간돼 왔다”며 “한국의 신학과 교회 문제, 사회 문제까지 폭넓게 다뤄온 유일한 종교 매체”라고 말했다.
발행 주체는 11개 교파로 구성된 한국기독교서회지만 편집의 독립성은 철저히 보장돼 있다. 기독교사상은 시대별로 한국 기독교의 신학적 흐름과 사상적 갈등을 공론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김 교수는 “1960년대에는 한국적 신학을 둘러싼 토착화 논쟁을, 1970년대에는 민중 신학의 방향을 제기했다”며 “1980년대 이후에는 통일 문제를 다뤘으며 최근 10년간은 세계 속 한국 기독교의 활동을 집중 조명해왔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사상은 학술적으로도 높은 활용도를 자랑한다. 학술 데이터베이스 DBpia에 따르면 지난 5년간 53만 회 이상 이용되며 ‘새가정’ ‘한국기독교신학논총’ 등 유사 학술지를 크게 앞섰다. 정 편집장은 “한국 종교 잡지 중 가장 많은 이용 횟수를 기록할 만큼 상징성이 크다”며 “적자에도 불구하고 그 의의를 고려해 발간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 교회의 극우화와 분열 양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제기하며 청년 세대와의 소통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정 편집장은 “특정 진영의 편에 서기보다 다양한 시각을 담아 하나의 공론장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탈종교화 현상이 뚜렷한 청년층과 소통하기 위해 현장에서 대안적 목회를 실천하는 청년 그리스도인들의 활동을 적극 소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독교사상이 진보와 보수, 다양한 교파의 관점을 균형 있게 소개하며 건강한 공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2035년 한국 기독교 선교 150주년을 기념하는 특집호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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