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법 시행 이후 서울 등 수도권 곳곳에서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임대차법에 실거주 의무 강화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셋 집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보유세 부담 등까지 겹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도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본지가 조사한 결과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아파트 전세 물건이 급감하면서 전세 물건보다 월세 매물이 더 많은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하다. 강남·용산·마포구 등 핵심지역 뿐 아니라 관악·구로·도봉구 등 외과 지역도 월세가 전세 물건을 추월했다.
15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강남구 아파트 월세 물건은 2,401개로 전세 매물(2,059개)보다 더 많았다. 임대차 3법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기 전인 지난 7월 1일 기준 강남구의 전세매물은 7,333개로 월세 매물(4,927개)보다 2배가량 많았다. 임대차 3법 등 각종 규제로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마포구, 용산구 등 인기 지역은 물론 관악구, 도봉구 등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도 나타났다. 이날 기준으로 구로구는 전세 매물이 262개, 월세 매물이 379개로 월세 매물이 117개 더 많았다. 구로구 외에도 △중구(116개) △동대문구(95개) △마포구(77개) △종로구(75개) △관악구(57개) 등 자치구에서 월세 매물이 전세 매물보다 많았다. 서울 전체로 봐도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은 1만 3,169개, 월세 매물은 1만2,521개로 근접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체 전·월세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계속해서 증가세다. 전세를 얻지 못한 수요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반전세·월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9월의 경우 15일 기준으로 전월세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28.8%에 달했다. 월세 비중은 지난 7월(27.2%)과 8월(27.8%)에 이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임대차 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세뿐만 아니라 월세의 수요·공급 불균형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의 월세 수급지수는 113.2를 기록하며 전달(110.8)보다 2.4포인트 올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제일 높은 수치다. 전세수급지수 또한 같은 기간 120.7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권혁준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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