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기 전에 꼭 두 가지를 물어봅니다. 법인세율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한국의 조세 정책이 예측 가능한지. 한국은 매력적인 투자처이지만 조세환경은 아시아에서 가장 까다로운 곳 중 하나기 때문이죠.”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서비스 본부에는 좀 특별한 전문가가 있다. 스콧 올슨 파트너다. 다국적 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세무구조를 자문하고 국내에 진출한 해외 기업의 세무 관련 이슈 등을 총괄 자문하고 있다. 지난 1999~2003년 딜로이트 안진에서 근무한 후 15년여 만인 2018년 다시 한국에 복귀했다. 한국인과 결혼해 한국인보다 더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대표적인 ‘지한파(知韓派)’로 평가받는다.
그가 바라본 한국의 조세환경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올슨 파트너는 14일 서울경제 시그널과 만나 “좀 더 기업 친화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각종 조세 정책이나 관련 기준은 이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평균 수준까지 올라왔다”면서도 “여전히 아시아에서 인도와 함께 가장 반기업적 세무행정을 펼치는 것으로 인식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가 세무 조사 등에서도 적용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세무조사는 보통 6~7주, 길면 11~12주 정도 진행되는데도 2~3장 정도 되는 짧은 자료는 이틀 안에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아 외국 기업에는 상당한 곤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회계 감사와 세금 신고 등을 3개월 이내에 끝내야 하는데 이 역시 쉽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해외 주요국은 보통은 6~7개월 정도 시간을 준다”며 “3개월 정도인 국가는 일본이나 베네수엘라 정도”라고 말했다. 올슨 파트너는 “최근 한국은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과거처럼 짧은 기간 안에 밤샘 야근을 하면서 일하기 쉽지 않다”며 “회계 감사나 세무 조정 등에 있어 과거처럼 충분한 시간을 갖기 힘든 구조”라고 밝혔다.
다국적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데 상대적으로 높은 법인세율을 걸림돌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에서 법인세율을 올린 나라는 칠레와 한국 정도”라며 “미국이 31%였던 법인세율을 21%까지 낮춘 것은 너무 당연하게도 해외 기업을 유치하고 기업 활력을 높여 일자리를 만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딜로이트 안진 세무자문본부에 대해 “30만명에 달하는 전 세계적 전문가 네트워크가 강점”이라며 “미국에서 공장을 만들려고 하는데 정부에서 혜택받을 수 있느냐 같은 내용은 30분 안에 현지인력에게 문의해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업들에 문제가 되는 이전가격에는 “현재 OECD 국가들 사이에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지금보다는 논의를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도원·김기정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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