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가 배당을 확대하고 있지만 올해도 국내 증시에 미친 ‘배당락 효과’는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미국 증시의 활황 속에 대주주 양도세 리스크를 넘긴 개인들이 대거 ‘사자’에 나서면서 증시를 오히려 끌어올렸다.
배당락일인 27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29%(6.28포인트) 오른 2,204.21, 코스닥지수는 1.41%(9.17포인트) 상승한 661.24로 장을 마쳤다. 배당락 효과를 고려하면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2%를 웃도는 상승폭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올해 현금배당액이 지난해와 같다고 가정하면 이날 코스피지수가 46.0포인트(2.09%), 코스닥지수가 4.48포인트(0.68%) 하락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지수가 보합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배당락에 따른 지수 하락 효과보다 글로벌 증시 활황이 국내 증시를 밀어올리는 힘이 더 강했던 것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간밤 뉴욕증시는 미중 무역합의 낙관론에다 고용 관련 지표도 호조를 보인 영향으로 주요 지수가 일제히 상승했다. 나스닥지수는 0.78% 올라 지난 1971년 거래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9,000선을 돌파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외부 변수의 영향이 큰 것이 특징”이라며 “배당락의 영향을 무색하게 한 주요인은 미국 등 글로벌 증시의 활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주주 양도세 과세 요건을 피하기 위해 매도에 나선 ‘큰손’ 개인투자자들이 곧바로 장에 합류한 것도 배당락 효과 완화에 영향을 미쳤다.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1조원에 가까운 순매도를 기록한 개인투자자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902억원, 코스닥시장에서 74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강화되는 대주주 양도세 요건이 시장에 부정적인 효과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세제도가 정책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외려 불필요하게 시장 비용을 키우고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도 배당락 당일 글로벌 증시 활황이 맞물리며 코스피지수가 0.2% 오른 바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중간·분기 배당이 늘며 배당락 효과의 영향력을 낮추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6년 41개사, 9,536억원에 불과했던 상장사 중간 분기 배당액은 올해는 58개사, 9조3,199억원으로 늘었다. 이 기간 1,416억원에서 7조2,138억원으로 중간 배당을 늘린 삼성전자의 경우 이날 전일 대비 1.99%(1,100원) 오른 5만6,500원에 장을 마쳤고 이미 중간 배당을 한 태림포장(1.52%)과 에쓰오일(0.95%) 등도 오히려 주가가 올랐다.
공원배 KB증권 연구원은 “2017년 이후 삼성전자 중심의 분기 배당 확대로 연말 배당의 집적 효과가 상쇄되고 있다”며 “배당락 효과는 작아지고 배당성향은 높아진 상황에서 (배당락을 피하기보다) 배당을 획득하는 것이 더욱 유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사록기자 sa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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