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 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장성강화 정책과 실손보험과의 상관관계’ 자료가 또 한번 문재인 케어(문재인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 시행에 따른 실손의료보험 반사이익 관련 진실공방에 불을 붙였다. 건강보험 보장률과 실손보험 손해율과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는 나타나지 않으며, 실손보험이 지급보험금 감소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는 게 건보공단의 논리인데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보험감독규정에 따른 손해율 산정 방식까지 문제 삼자 논란이 커졌다. 이에 보험연구원은 14일 이례적으로 건보공단의 논리를 반박하고 나섰다.
◇실손보험 손해율 집계 방식 문제 있나=건보공단의 주장은 실손보험 손해율 산출방식은 납부보험료가 아닌 관리비용 등과 같은 부가보험료를 제외하고 위험보험료 방식으로 산출해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부가보험료 규모가 공개되지 않는 만큼 보험사들이 공개하는 손해율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감독규정에 따라 보험사들은 위험손해율 외에도 부가보험료를 합산한 영업손해율을 함께 산출한다. 영업손해율로 산출할 경우 올 상반기 손해율은 110%로 위험손해율보다 29.6%포인트 낮아지지만 위험손해율의 적정 손해율이 100% 미만이라면 영업손해율은 80% 미만이라는 점에서 어떤 손해율을 기준으로 삼더라도 이미 실손보험은 적자 상품이다.
또 보험사가 공개하는 위험손해율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면 이는 업계의 문제가 아닌 금융당국이 제정한 보험감독규정 자체의 문제가 된다. 그러나 건보공단의 지적에도 금융당국은 묵묵부답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다른 부처에서 감독규정을 문제 삼는데도 정작 감독 주체인 금융 당국은 정부의 건강보장강화 기조에 반하는 것처럼 보일까 입을 다물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건보공단 2년 전 수치로만 공방 벌이는 까닭=건보공단은 줄곧 2016~2017년 수치를 인용해 문재인 케어의 영향으로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줄고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실제로 이 기간 국내 손보사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2016년 131.3%로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가 2017년 121.7%로 낮아졌다. 문제는 문케어가 본격 시행된 시점이 2017년8월이라는 점이다. 문케어 시행으로 실손보험이 반사이익을 얻었다면 2018년 이후 손해율이 개선돼야 하지만 2018년 손해율은 보험료를 소폭 인상한 덕분에 121.2%로 유사한 수준이었고 올 상반기에는 129.1%까지 치솟았다. 이는 손해액 규모로 보면 더욱 명확하다. 2017년 실손보험 손해액은 7조5,400억원이었지만 2018년 8조7,300억원으로 뛰었고 올 상반기에만 5조원을 넘어섰다.
손보업계는 건보공단이 반사이익을 입증하려면 최신 수치를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건보 보장률 공식 수치가 2017년까지만 있다는 궁색한 논리로 맞선다. 보험연구원은 “건보공단은 2016~2017년 건보보장률이 62.6%에서 62.7%로 높아지면서 실손보험 손해율이 낮아졌다고 주장하지만 건보보장률은 총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지급보험금 비율로 지출요인만 반영된 지표로 보험료 대비 지급보험금 비율을 보여주는 실손보험 손해율과 상관관계가 없다”며 “연 평균 15% 상승률을 보이던 실손보험 손해액이 올해 20% 수준으로 크게 상승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사보험연계법이 해결책?=손보업계에선 이번에 배포한 자료에서 건보공단의 숨은 의도는 국회에 계류된 ‘공사보험 연계법’ 통과라고 입을 모은다. 건보공단은 정부가 건강보험과 실손보험과의 상호 연관성과 문제점을 인식하고 ‘공사보험정책협의체’를 통해 개선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협의체를 통해 추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손보업계는 건보 재정과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범인 비급여 항목 악용에 대한 대책이 포함되지 않은 공·사보험연계법은 실효성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오히려 금융당국을 거치지 않고 실손보험 요율을 좌지우지할 근거를 마련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업계관계자는 “건보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건보공단이 싸워야 할 대상은 문케어를 악용해 과잉진료를 일삼는 의료계인데 불필요한 공방전으로 손보업계가 의료계와 대리전을 펼치도록 유도하고 있다”며 “건보재정과 실손보험을 한번에 건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의료비를 투명화하는 것뿐”이라고 꼬집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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