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방송계에서는 엠넷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48’을 통해 데뷔한 걸그룹 아이즈원의 출연분 방영을 줄줄이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총연출을 맡았던 안준영 PD가 ‘프로듀스 엑스 101’과 ‘프로듀스 48’의 순위를 조작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확인되며 사실상 투표조작이 인정되었기 때문입니다. 국민 프로듀서에서 국민 사기극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엠넷 투표 조작 사건을 돌아봤습니다.
‘프로듀스’는 첫 시즌부터 투표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2016년 시즌1 당시 동일한 회원이 다수의 아이디로 투표에 참여한 정황이 발견되며 캡챠 시스템을 도입했고, 시즌 2를 진행하면서도 투표 계정을 판매하는 글이 온라인에 떠돌며 부정투표 의혹이 일었습니다. 당시 안 PD는 “투표 공정성 논란이 없게 시스템을 마련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지난 7월 20일 ‘프로듀스’의 네 번째 시즌, ‘프로듀스 엑스 101’ 이후 제기된 부정 투표 의혹은 그간 의혹과는 결이 달랐습니다. 1위부터 20위까지 출연진들 간의 투표수 차이가 ‘7494.442’의 배수로 정리된다는 분석과 함께 제작진이 직접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의심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팬들 사이에는 데뷔 안정권으로 점쳐지던 출연진들이 떨어진 것을 이해하기 어렵단 반응도 쏟아졌습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7월2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데뷔 멤버들의 득표수를 분석한 표를 올리며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같은 날 투표 프로그램 팬들로 구성된 ‘프로듀스 엑스 진상규명위원회’가 ‘프로듀스 엑스 101’ 제작진을 사기·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할 예정이라 밝히며 엠넷은 SNS 계정에 “내부 확인 결과 엑스를 포함한 최종 순위는 이상이 없었다”고 공식 입장을 표명합니다.
사그라지지 않는 의혹 속에 엠넷은 7월26일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했으나, 사실관계 파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공신력 있는 수사 기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힙니다. 내사에 착수한 서울 사이버수사대는 7월31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CJ ENM 사무실 및 문자투표 데이터 보관업체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돌학교’ 등 엠넷의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도 수사 도마 위에 오릅니다.
지난달 1일 경찰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그룹 ‘엑스1’의 일부 멤버들이 소속된 기획사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같은 달 15일 MBC는 ‘PD수첩’을 통해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 기획사들과 엠넷간의 유착 의혹, 연습생들을 향한 ‘갑질’ 논란, 일부 연습생에게 경연곡이 유포됐다는 주장, 데뷔 조가 내정돼 있었다는 주장, 참가자와 계약을 하고도 내버려뒀다는 주장 등을 제기합니다.
지난 4일 안 PD 등 ‘프로듀스 엑스 101’ 관계자들이 5일 오전 10시30분부터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는다는 것이 서울경제 취재 결과 밝혀집니다. 다음날 안 PD와 김용범 CP는 사기 등 혐의로 구속됩니다. 두 PD는 투표 조작 외에도 오디션에 참가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유흥을 접대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앞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17일 투표 조작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프로그램의 정정·수정 또는 중지, 방송편성책임자와 관계자에 대한 징계·주의·경고 등의 제재 조치와 함께 1,000만~3,000만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라 밝힌 바 있습니다.
/한민구기자 1mi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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