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의 기업공개(IPO)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상장 시기 조율을 검토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재무적투자자(FI)들이 기대하는 공모가 수준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IPO 공모가가 낮게 나올 경우 FI들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지만 단순히 공모가가 낮다는 이유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투자은행(IB)에 따르면 현대카드와 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7년 현대카드 지분투자 당시 기업공개(IPO)를 요청할 경우 이에 응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카드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FI들은 최대주주인 현대자동차 등에 자신들의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확보했다. 풋옵션 행사 가격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고 회계법인 등이 정하는 ‘공정가치’ 등에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2017년 GE가 보유 중이던 현대카드 지분 약 25%를 3,700억원 가량에 매입했다. 풋옵션도 가지고 있지만 IPO를 추진 중인 이상 공모가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옵션을 행사할 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공모시장에서 일정 수익 이상을 회수하기 어려운 공모가가 결정될 경우 FI들이 자발적으로 IPO 연기를 요청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당시 FI들이 산정한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는 약 1조5,000억~1조6,000억원 수준이다. 동종업계 상장사인 삼성카드의 PBR 0.54를 적용할 경우 현재 현대카드의 기업가치는 1조7,500억원 수준으로 크게 늘지 않았다. 더군다나 IPO 과정에서 기업가치에 대한 할인율이 적용될 경우 FI들이 만족할 수 있는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IB 관계자는 “(상장사인) 삼성카드의 PBR이 0.5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등 현 정권에서 규제산업인 카드업 업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투자금 대비 일정 수익을 얻지 못하는 공모가가 나왔을 경우 결국 FI 요청으로 IPO가 장기화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카드 역시 IPO를 투자자금 조달 등이 아닌 FI 투자 회수 차원에서 진행하는 만큼 급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일부 시각대로 공모가가 낮다는 이유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더라도 지분을 매입하는 가격이 정해져 있지 않고 공정가치를 따르기 때문에 FI들이 원하는 가격과 현대자동차가 생각하는 금액이 다를 수 있다. IB 관계자는 “회계법인 등이 정하는 공정가치 역시 시장에서 산정된 가격(공모가)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이번 IPO의 경우 FI들이 공모가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김민석기자 se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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