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 간 소송전이 ‘망 사용료’를 둘러싼 국내 통신사(ISP)와 국내외 콘텐츠사(CP) 간 정면 대결로 진화하는 모양새다. ISP가 망 비용을 내지 않는 구글 등 글로벌 CP의 ‘무임승차’를 문제의 핵심으로 꼽은 반면 연합군을 꾸린 국내외 CP들은 한 목소리로 과도한 망 사용료를 지적하고 나섰다. 각각 이용자 부담 축소와 합리적인 정산 체계 도입 등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누가 더 돈을 많이 내는지를 따지는 ‘제로섬’ 게임 구도여서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이 모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28일 ‘구글, 네이버, 인터넷기업협회 등의 공동입장문 관련 통신사 의견’이란 자료를 내고 “페이스북 (행정소송) 사건으로 부각된 문제의 가장 중요한 핵심은 ‘망 비용의 증가’가 아니라 일부 극소수 대형 글로벌 CP의 ‘망 비용 회피’”라고 지적했다. 또 “일부 대형 글로벌 CP는 과거뿐 아니라 지금도 망 비용(대가)을 내지 않고 있으므로 ‘망 비용의 지속적 증가’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구글·네이버·넷플릭스·카카오·페이스북 등 국내외 CP가 지난 26일 “논란의 핵심은 망 비용의 지속적 증가와 이를 부추기는 ‘상호접속고시’”라고 주장한데 대한 반박이다. 2016년 도입된 상호접속고시는 통신사들이 서로 망을 사용한 만큼 정산하는 제도다. 3사의 이용량이 비슷하면 문제 없지만 특정 통신사에 서버를 둔 CP의 트래픽이 과도하게 발생해 다른 통신사의 망에도 부담을 줬다면 그 비용을 내준다. 국내외 CP들은 국내 통신사가 상호정산을 이유로 들어 지속적으로 망 사용료를 올렸고,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 문제도 여기서 비롯했다며 상호접속고시와 망 사용료 인상 모두를 문제 삼았다. 반면 ISP들은 “정부가 원가 등을 고려해 망 이용대가를 지속해서 인하했고 통신사가 상호정산을 이유로 망 이용대가를 인상하지 않았다”며 “실제 그런 사례가 있다면 제시해달라”고 밝혔다. 또 프랑스 예를 들어 “국내외 CP가 부담하는 망 비용 규모를 공개해 소모적 논쟁을 종결하자”고 덧붙였다.
CP들이 세계 대부분은 통신사간 무정산제도를 유지한다고 지적한 부분에도 ISP는 “최근 트래픽 증가로 정산 방식으로 전환하는 추세”라고 맞받아쳤다.
양 측은 이용자 부담을 놓고서도 엇갈린 해석을 내놓았다. CP들이 망 사용료 때문에 서비스 비용이 높아질 것이라고 공격하자 ISP는 망 사용료를 못 받으면 통신요금이 올라간다고 응수했다. CP가 망 사용료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하자 ISP는 탄탄한 국내 인프라 덕에 국내 정보기술(IT) 산업 영향력이 확대됐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연내 ‘망 이용 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 예정인 가운데 ISP와 CP가 서로 유리한 위치에 서고자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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