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의 중대 분수령이 될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하루 앞둔 31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양국 관계에 파국 상태가 와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이야기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나누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이날 오후 항공편으로 태국 수완나품 공항에 도착한 직후 일부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양국관계의 운명을 가를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 국가 목록) 제외가 임박한 만큼 이번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사실상 갈등을 해소할 마지막 기회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가 양국에 미칠 심리적 영향력이 막대한 점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카드를 검토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경제마찰이 안보영역으로 확전되면 양국 관계는 루비콘 강을 건너게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한일 외교장관이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 정부가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 지난 4일 이후 처음으로 만나는 것도 그만큼 상황이 중대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외교당국간 협의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측과 공감을 이뤄낼 생각을 갖고 회담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일본 측이 외교장관 회담 제의에 대해 반응이 긍정적이었느냐는 질문에는 “어렵고 긴박한 상황이지만, 일본 측과 외교 당국 간에는 수시로 협의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그런 공감대 위에서 우리의 입장을 강하게 개진을 하겠다”고 답했다.
청와대가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겠다고 밝힌 만큼 기존의 1+1(한국기업+일본기업) 기금 마련 방법 외에 ‘+α(한국 정부)’를 일본 측에 제시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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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장관은 일본과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면서도 부당한 조치에 대한 국제 여론전에도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일본) 각의에서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이 이뤄진다면 우방국으로는 할 수 없는 조치”라며 “(일본 측에)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부당함을 지적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은 31일 오후와 8월 1일 오전까지 양자회담 일정을 소화하고, 1일 한국-아세안 외교장관회의, 2일 아세안+3(한국·중국·일본) 외교장관회의, 3일 한국-메콩 외교장관회의 등에 참석해 아세안과의 협력방안을 논의한다. 다음 달 2일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한반도 정세를 포함한 지역정세·국제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다음 달 3일까지 방콕에 체류하는 강 장관은 고노 외무상뿐만 아니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중국 왕이(王毅)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 장관 등과 양자회담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한편 이날 일부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일갈등 중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31일 미국 정부가 한일 양국에 사태 악화를 피하기 위해 자제할 것을 촉구하며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일본에는 수출규제 강화 ‘제2탄’을 진행하지 않을 것, 한국에는 압류한 일본 기업의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것을 각각 촉구하고 (한미일) 3국이 수출규제에 관한 협의의 틀을 만드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우인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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