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이기에 제 발음이 정확한지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막막하고 힘들었습니다. 발음 그대로 표기해주는 서비스를 찾을 수 없어서 제가 직접 만들겠다고 결심했던 거죠.”
전성국(35·사진) 딕션 대표는 29일 서울경제와 만나 창업가의 길로 나서게 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청각장애 2급인 전 대표는 지난 2008년 인턴으로 네이버에서 근무한 이후 루크리에이티브, 열심히커뮤니케이션즈, 잡플래닛 등에서 온라인 마케팅과 웹 서비스 기획자로 활약해 왔다. 경력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 앞에 나가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기회도 많아졌다.
“저는 발음이 나쁘지 않아서 힘들게나마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제 주변 청각장애를 지닌 친구들은 앞에 나서기 어렵더라고요. 발음을 고칠 수만 있다면 그들도 역량을 한껏 펼칠 수 있을 텐데, 라는 아쉬움에 IT 업계에서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발했습니다.”
전 대표가 만든 발음교정 서비스 ‘바름’은 건청인(후천적 청각장애를 앓을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발음 그대로 눈으로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청각장애인들이 발음한 그대로를 한글로 표기해 보여주고 어느 음절에서 틀렸는지도 알려준다. 이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는 음성인식 기술이 핵심으로 작동했다. 교정된 단어나 문장을 보여주는 수준에 그치거나 발음을 녹음해 비교하는 기능만 갖고 있는 기존 서비스들과 차별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딕션이 청각장애인을 대상으로 교정 효과를 실험한 결과 발음 1차 테스트에서 29%였던 정확도는 2차 테스트에서 86%까지 높아졌다.
전 대표는 바름의 핵심 기술인 음성인식기술을 구현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기존 음성인식 기술은 화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예측해 텍스트를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고 바름은 화자가 발음한 대로 출력하는 것이 다르다”며 “음성데이터를 들려오는 발음 그대로 인공지능(AI)에 학습시키는 전사작업 과정이 오래 걸리고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딕션은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을 겨냥한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버전에 영어로 발음을 안내해 주는 기능만 추가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전 대표는 “한글은 완벽한 소리 문자지만 실제 발음에서는 법칙에 따라 표기와 다른 부분이 있기에 외국인의 학습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앞서 지난 25일 딕션은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KAIST 사회적기업가 MBA와 함께 개최한 디데이(D.DAY) 소셜벤처 부문에서 공동우승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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