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판 행진을 이어가던 ‘BBB급’ 회사채가 수요예측에서 잇따라 쓴맛을 보고 있다. 성장률 하락, 기업실적 악화, 일본의 경제보복 상황에서 금리마저 낮게 형성돼 수요가 싸늘하게 식고 있다. 더욱이 기업의 신용등급도 낮아져 BBB급은 물론 A급(A-~A+) 기업의 자금조달에도 애를 먹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003490)(BBB+)은 지난 19일 마감한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사려는 수요가 750억원에 그쳤다. 미매각 규모만도 1,750억원에 달했다. ㈜한진(002320)(BBB+)도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매입수요가 610억원에 불과했다. 대한항공과 한진은 4월 회사채 발행 때 각각 4,890억원(2,000억원 발행), 750억원(400억원 발행)의 수요가 몰리면서 성공한 바 있다. BBB급 회사채 수요가 2~3개월 사이 극과 극으로 갈린 것이다. 5월 4대1에 육박했던 AJ네트웍스의 회사채 수요예측 경쟁률도 이달에는 1대1을 기록하며 간신히 실권을 면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BBB급의 금리가 낮아졌다. BBB급 회사채에 대한 민간 채권평가사들의 시가평가금리(민평금리, 16일 기준)는 5.278%다. 올해 초(1월18일)의 5.864%보다 0.6%포인트가량 하락했다. 국채 3년물과의 금리차도 같은 기간 4.05%포인트에서 3.847%포인트로 줄었다. 위험도는 높아지는 데 금리 격차는 줄어 투자 매력이 떨어진 셈이다.
한국은행이 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 것도 투심에는 악재였다. 일본의 경제보복 역시 불안요소다. 더욱이 기업의 신용등급 하락도 급증했다. 한국신용평가가 올 상반기 신용등급을 하향한 기업 수는 12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늘었다. 지금은 BBB급 수요가 식고 있지만 여타 기업들로 확산될 수 있다는 얘기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도 “BBB급에 대한 수요가 축소된 것이 확인되면서 그 윗급인 A급 기업들도 자금조달에 본격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호현기자 green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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