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에 불이 나거나 충돌해서 침몰하면 피할 곳은 바다 뿐이에요. 구명조끼 착용법, 다이빙 등 탈출하는 방법을 알아야 바다에서 안전하게 구조를 기다릴 수 있어요.”
지난 12일 전남 여수시 해양경찰교육원에서 열린 ‘바다로캠프’에 참가한 초·중학생들은 교외활동에 들떠 재잘거리다가도 선박 기울기 체험과 화재 대피 훈련, 5m 다이빙 강습 등이 시작되자 얼굴에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해양경찰교육원과 한국해양소년단연맹이 함께 진행한 이날 캠프에는 여수 TCS국제학교, 화순 동면중학교, 화순 사평중학교에서 온 학생 67명이 참여했다. 장은진 해양경찰교육원 경위는 “한 해 선박 승객 수는 2,000만명에 달하지만 탈출 방법을 아는 이들은 극소수”라며 “바다로 안전히 탈출만 해도 생존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선박 침몰을 가정한 기울기 체험부터 시작됐다. 들뜬 표정으로 모형 선박에 올라탄 6명가량의 학생들은 선실 기울기가 20~25도에 다다르자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몸을 가누기조차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지난 5월 발생한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떠올렸다고 했다. 사평중 3학년인 장철은(15)군은 “뉴스에서 볼 때는 몰랐지만 이제야 왜 빠져나오기 힘들었는지 알겠다”고 말했다.
다음 차례는 선박 화재 상황을 가정한 대피 훈련이었다. 연기로 가득한 복도는 조명이 모두 꺼져있어 칠흑같이 어두웠다. 불빛은 희미한 비상유도등이 유일했다. 복도로 나가기 전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하나씩 가슴팍에 안고 한껏 몸을 낮춘 채 손이나 젖은 손수건으로 입과 코를 막고 갑판을 찾아 나섰다.
앞선 오리엔테이션에서 장 경위는 “선실에서 구명조끼를 입으려면 시간이 지체되고 배에 물이 찰 경우 오히려 방해가 되기 때문에 바다가 보이는 장소에서 입어야 한다”며 “복도에서는 유독 가스를 피해 몸을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갑판으로 나와 경사로를 타고 안전히 구명정에 올라타고서야 학생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TCS국제학교 1학년인 정이겸(16)양은 “바다 근처에 살아 선박 사고에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탈출법을 배우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구명정으로 이어지는 경사로나 그물 계단이 없는 상황을 가정한 5m 다이빙 교육도 진행됐다. 학생들은 한 손으로 코를 막고 다른 손으로는 반대편 어깨를 잡은 채 양발을 교차하고 다이빙대에서 뛰어내렸다. 담당 교관은 “입수 시 코에 물이 들어가는 걸 막고 사타구니를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동작”이라고 설명했다. 동면중 3학년생인 유숙희(16)양은 “뛰기 전에는 무서워 죽을 줄 알았는데 막상 뛰고 나니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양안전 프로그램의 중요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 해양선박·인명 사고 발생 건수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발생한 해양선박·인명사고는 총 3,434건, 1만9,596명으로 5년 전인 2014년 대비 각각 142%, 75% 증가했다. 지난해 해양선박 사고로 인한 사망·실종자는 총 89명이다. 매년 100명가량이 선박 사고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고 있다.
해경 측은 해양 사고의 경우 본인 스스로 안전을 지키는 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고가 발생해도 육지와 달리 신속한 접근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바다로캠프 총괄 진행자인 한영성 경사는 “캐나다 등 해외에서는 대여섯살 때부터 생존수영 등 해양 안전 교육을 받도록 한다”며 “우리도 단순 체험이 아닌 정규 교과과정 이수과목으로 해양 안전교육을 편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여수=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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