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부터 1시간 대기입니다.’
놀이동산에서나 볼 수 있던 안내문구가 커피점에 등장했다. 지난 5월 성수동에 이어 최근 삼청동에 2호점을 연 ‘블루보틀’ 매장 앞 광경이다.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 몇 시간을 기다렸다는 경험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개장 초기보다는 많이 진정됐다지만 블루보틀을 경험하고 싶은 커피 애호가들의 방문 열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외식업 경영자나 예비 창업자들에게 이처럼 성공적인 매장의 론칭을 목도하는 것은 실로 흥분되고 부러운 일이기도 하다. 본인의 사업이 ‘문을 열자마자 이토록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방문으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과 부러움에 한동안 사로잡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창업 시장의 현실을 생각해 보면, 즐비한 브랜드와 상점들 틈에서 새롭게 문을 연 가게를 알리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이를 지속해서 이어가기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오히려 초반의 매출 쏠림 현상이 성공적인 창업에 ‘독(毒)’이 되는 경우도 있다. 새로운 아이템이나 매장에 대한 호기심으로 몰려든 손님을 제대로 응대하지 못한다거나 기다림과 혼잡함의 불편을 충분히 보상할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재방문율이 떨어지고 나쁜 입소문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고객 만족 = 경험한 가치 ÷ 기대된 가치’라는 공식처럼 과도한 기대가 만족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경우다.
또 창업자는 초반의 인기가 실제 수요에 기반을 둔 것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단순한 호기심을 채우는 일회성 체험을 위해 찾아온 손님들이 많다면 신장개업의 효과가 사라지는 시점의 수요나 매출을 합리적으로 예상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재방문을 유인할 수 있는 다음 전략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
3년 전 도쿄 오모테산도 거리의 블루보틀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한국과 중국인 관광객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긴 줄을 서서 입장을 위해 30~40분을 기다리는 모습은 요즘 한국 매장의 상황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여전히 대단한 커피 브랜드임은 변함없지만, 현재 도쿄의 블루보틀은 입장이 훨씬 수월하다. 대기할 필요 없이 방문 즉시 주문이 가능할 정도다. 손님의 많은 수를 차지하였던 한국 관광객의 방문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고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현지인들의 호기심이 없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창업을 계획할 때 효과적인 개점 촉진과 홍보 전략을 준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새로운 매장과 제품을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반의 인기몰이보다 중요한 것은 고객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인기를 유지하는 것이다. 기발한 아이템과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시선을 끌어내는 데 성공하고도 이를 지속적인 성과로 연결할 수 없다면 ‘반짝 이벤트’에 불과한 허망한 결과만이 남을 뿐이다. 성공한 창업자가 되기 위해 고객의 사랑이 지속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본원적 경쟁력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작게 낳아 크게 키우라’는 말이 있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데뷔를 꿈꾸기보다는 소박하고 더딘 시작이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단단하게 성장하려는 계획과 목표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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