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이 공개채용을 시작하면 구직자는 대학 졸업·성적증명서를 종이로 출력해 이곳저곳 제출하기 바쁘다. 연내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전자증명이 상용화하면 이 같은 번거로움이 사라진다. 개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대학 증명서뿐만 아니라 은행 계좌보유확인서나 각종 증명을 보관하다 필요할 때마다 받을 곳을 설정해 전송 버튼만 누르면 돼서다. 데이터를 분산 보관하는 블록체인 기술로 증명서 위·변조도 불가능하다.
SK텔레콤(017670)(SKT)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더 플라자 호텔에서 삼성전자,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코스콤과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의 모바일 전자증명 사업을 공동 진행하는 협약을 맺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비대면 모바일환경에서 번거롭고 복잡한 본인 확인 수요는 늘고 위·변조 가능성도 높아지는 데서 출발했다. 개인이 신뢰할 수 있는 증명을 보유한 채 이를 손쉽게 보낼 방법을 찾던 기업들은 블록체인에서 해답을 찾았다. 정보를 참여자들이 각각 나눠 가져 원천적으로 조작을 차단하고, 외부에서 이를 쉽게 들여다볼 수 없도록 보안을 강화한다면 클릭 몇 번만으로 간편하고 확실하게 본인을 증명할 수 있어서다. 이를 ‘탈중앙 식별자(DID) 기반 자기주권 신원지갑 서비스’라고 부른다.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지난 3월 추진한 ‘블록체인 민간주도 국민 프로젝트’에 SKT 컨소시엄이 사업을 맡아 이 과제를 시작했고, 참여 기업들이 국책과제를 뛰어넘어 상용화하자는 데 뜻을 모으기로 했다. KT와 삼성전자는 최초 컨소시엄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사업 저변과 생태계 확대를 위해 합류했다.
참여사들은 연내 출시를 목표로 모바일 전자증명 앱을 개발 중이다. 가장 먼저 적용할 분야는 전국 주요대학의 각종 증명자료(졸업·성적증명서 등) 발행·유통 서비스다. 주요 대학이 참여하고 LG, SK, KT 그룹사의 신입·경력 채용 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코스콤은 스타트업 비상장주식 매매 플랫폼에 이를 적용한다.
초기 시범사업이 별 탈 없이 진행되고 참여 기관·기업이 늘면 생활 전반에 모바일 전자증명이 급속도로 확산할 전망이다. 각 기업의 채용 시스템을 비롯해 사원 증명 기반 모바일 출입통제 서비스, 통신·금융권의 전자서명과 비대면 사용자 인증, 병원·보험사의 각종 증명자료, 골프장·리조트 회원권, 학생 증명 기반 영화관·놀이공원 할인서비스, 공증·내용증명, 온라인 간편로그인 등이 우선 적용 대상으로 꼽힌다. 안정성이 검증되면 점차 행정안전부 등도 참여해 주민등록등본이나 가족관계증명서 등도 울타리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명을 발급하거나 검증이 필요한 기업과 기관 누구나 생태계에 들어올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종이 증명이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말했다.
협약에 참여한 7개사는 지금까지 키워온 보안 기술 역량을 사업에 모두 쏟아냈다. SKT는 블록체인 플랫폼과 모바일 출입통제 기술을, KT는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 지역 화폐 등으로 축적한 플랫폼 서비스 경험을, LG유플러스는 블록체인 기반 단말 분실파손보험 서비스 노하우를 보유했다. 삼성전자는 보안프로그램 ‘녹스(Knox)’ 기반 블록체인 보안 기술로 안전한 신원 정보 관리가 가능하다. 금융권은 가장 보안성 높은 인증서비스를 운용해왔다.
이번 사업은 개인정보의 통제권을 각 기업과 기관에서 개인으로 옮겨 온다는 의미도 있다. 지금은 각 증명을 보관하고 검증, 활용하는 과정에서 개인은 중간에서 전달만 하는 소극적 역할이었지만 앞으로는 개인정보를 본인이 들고 있다 필요한 기관에 골라서 제출하기 때문이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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